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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봄바람 없는 봄'

인류는 신화시대부터 축제라는 놀이를 통해 삶의 무게를 덜어내며 일상을 유지해 왔다. 고단한 현실을 견뎌내는 힘을 축제로부터 캐낸 것이다. 흔히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꼽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리우 카니발'은 주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4일간 열린다. 카니발이 열리는 시기엔 브라질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이를 보고 즐기려 리우를 찾는다고 한다. 브라질 전체 관광객의 30% 이상이 이 기간에 몰린다고 하니 카니발의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지역축제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기능성, 효율성만 중시하는 사람들은 축제에 관광객이 얼마나 왔는지,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어떤지, 특산물은 얼마나 팔렸는지 등을 따진다. 축제에 대한 이해 부족과 단기 경제성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려는 사고는 오히려 유망한 축제가 들어설 자리를 빼앗고 만다. 자연스럽게 '전시행정' '예산낭비' '축제공화국'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지역축제를 편견을 갖고 재단할 일은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깨고 '놀이적 난장의 경험을 선사하는 문화현상'의 구실을 넉넉히 해내는 축제들도 있다. 평창 효석문화제, 안성 바우덕이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진주 유등축제, 논산 젓갈축제, 순천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등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윤리학을 강의했던 신학자 하비 콕스는 “축제는 일상의 억압적 질서나 권위로부터 벗어나 특별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창조적인 난장을 벌임으로써 공동체적 질서를 회복하는 문화적 장치이자 놀이”라고 정의했다. ▼강릉시가 코로나19 여파로 전 국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올해 경포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경포대나 남산의 경우 안전거리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 다음 달 5일까지 출입 자체를 통제하기로 했다. 올해 강릉단오제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지역의 전통적인 봄 축제까지 집어삼키고 있어 안타깝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라는데.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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