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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걱정되는 유세

떠벌리는 자랑이 꼴불견이어서 하는 말, '유세를 떤다'고 한다. 그 비유의 유래는 '유서통'에서 비롯됐다. 유서(諭書)는 왕·임금의 교지, 명령서다. 그것이 담긴 통이니 이를 지닌 자의 권세가 보통이 아니다. 유서통을 메고 가는 사람의 길을 막거나 방해를 하면 '삼족(三族)을 멸한다'는 명을 적용했다. 그랬기에 유서통을 가지고 다니는 전령들이 세간에서 부린 위세·행패가 범상치 않았음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유세(遊說) 또한 경우는 다르지만 맥락은 유사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권32 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에 고사가 나온다. 책사가 제후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기의 의견을 말하여 제후를 설복시키는 일을 '유세(遊說)'라고 했다. 하지만 고매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낮춤, 겸손, 하심이 미덕이었기에 그랬다. 따라서 잘난 척하는 이는 얄팍한 자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필시 수양이 덜 된 사람이니 중시지적(衆矢之的) 감이다. 뭇 사람으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비난·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변론술과 수사학에서 논리정연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월 첫날, 오늘 저녁이 유세 전야다. 내일(2일) 0시가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시점이다. 예전 선거운동에서 목격했던 현란한 거리 유세가 재현되는 것이다. 후보 캠프마다 기특한 유세차량, 요란한 율동팀, 말 잘하는 연설원 동원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소식이다. 선거를 두고 '축제가 돼야 한다'고 했으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통 침울한 상황이어서 후보 진영은 물론이고 선거운동원들의 고심이 깊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면 떠들썩한 음악, 경쾌한 율동에 맞춰 춤을 춰야 하지만 되레 유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는 토로다. 그래도 유세를 떨지 않을 수 없는 선거운동이니 염치 불구할 게 뻔하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두루 '빛나는 꿈의 계절'이시길….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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