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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나무처럼

역학(易學)에서는 '음양오행'이라 한다.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행성, 지구의 원초적 조건은 음양(陰陽)의 조화다. 그 지구의 원소는 5가지다. 물(水),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다. 이들이 순환하는 기능과 상극적 존재로서의 보완작용을 하니 오행이다. 서경(書經)에서 설명하는 나무의 특징은 굽고 곧다는 것이다. '자라남'을 뜻하며 위로 올라가는 습성을 지녔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사유한 나무에 대한 고찰은 존재론적 이치다. “하늘에 닿길 원하는 나무는 땅속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 뿌리가 지옥까지 깊이 내려가면 가지들이 하늘에 닿을 수 있다. 나무는 하늘과 지옥, 가장 높은 곳과 제일 낮은 곳 둘 다 존재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비단 나무만이 아니다. 인간의 자세가 그러해야 한다는 고언이자 충고로 해석하게 된다. “나무야말로 진리를 말하는 가장 훌륭한 설교자”라고 한 헤르만 헤세의 조언까지 일깨운다. ▼4월은 '식목의 달', 어제(5일)가 식목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어 나무 심기도 조심스럽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경우다. 더구나 산불위험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여서 '물불 안 가린다'는 다급한 심정을 곱씹게 된다. 지난해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고성지역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서 거대한 산불이 치솟았던 점을 상기하면 발화 감시 시선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식목일 오전 지난해 산불로 막심한 피해를 입은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방문했다. 시름에 겨워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산림 관계자들과 함께 금강소나무를 심었다는 소식이다. 문 대통령이 사용한 삽, 삽자루가 강원도 산불 피해목으로 만든 것이었다니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국역:시공주니어 간)'의 고마움을 되새기게 된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설이다. 4·15 총선 날이 속속 다가오고 있으니 국회의원의 자질, 쓰임새부터 다시 짚어보게 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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