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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과거시험'

지난 주말(4일) 파란 잔디가 깔린 2,000평 규모의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 5m 간격으로 설치된 책상과 걸상이 바둑돌처럼 놓여 있는 축구장에서 올해 73명의 신규 직원을 뽑는 안산도시공사의 야외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마치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을 재현해 놓은 것 같아 화제였다. 무엇보다 책상 위 시험지를 날려버릴 듯한 강풍과 아직은 쌀쌀한 4월 초순의 날씨였지만 이렇게라도 시험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응시자들의 말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걱정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20대 청년층의 실업률이 가장 높아 다른 연령층보다 더 어려움이 컸다. 당시 20대 실업률은 외환위기 발발 이듬해인 1998년 11.4%로 전년(5.3%) 대비 무려 6.1%포인트나 급증해 연령대별 증가 폭 중 가장 컸다. 30대는 1.9%→5.7%로 3.8%포인트, 40대는 1.5%→5.5%로 4.0%포인트, 50대는 1.2%→5.3%로 4.1%포인트 각각 늘어났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나라 시인 왕범지는 “배고프면 밥 한 술 먹으면 되고 고단하면 다리 뻗고 자면 그뿐(飢來一鉢飯 困來展脚眠·기래일발반 곤래전각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요즘 왕범지의 시처럼 사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일 대기업 회원사들에 협조 공문을 보내 최대한 계획대로 신규 채용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겠는가. ▼조선시대 취직시험이나 다름없던 과거제도의 최종 급제자는 33명이었다. 3년에 한 번 있는 시험에 약 6만3,000여명이 응시해 단 33명의 합격자만 나오는 만큼 경쟁률은 1,900대1이었다. 가뜩이나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취업문을 꽁꽁 닫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상반기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다. 청년고용 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취업문이 자칫 과거시험처럼 되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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