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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캐스팅보트'

기세등등했던 대영제국 시절이다. 선거운동을 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에게 당락 결정권을 줬다. 둘 또는 다수의 후보가 동수의 득표를 했을 경우다. 그 권한을 '캐스팅보트(Casting Vote)'라고 칭했다. '표를 던지다'라는 뜻이다. 본디 정치용어이나 이를 응용해 입법 판결을 비롯, 모호한 상황에서 최종 결정을 짓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캐스팅보트가 처음 적용된 것은 1831년 영국 총선 때였다. 당시 영국 정가의 가장 큰 이슈, 관심사는 선거구 규정과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결과가 빚어졌다. 개혁 대상에 오른 일명 '썩은 선거구'에서 기득권을 쥔 쪽에서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캐스팅보트를 이용한 것이다. 악용·편법이 확연했기에 이듬해인 1832년 '대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 선거관리위원에 의한 캐스팅보트도 폐기됐다.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4·15 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이다. 투표용지에 오른 정당이 30여개일 정도로 난립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국회에 들어가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심산이 다분하다. '정정당당'이란 측면에서는 부합하지 않는 경우임에도 여당과 제1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고자 혈안이어서 더 어수선하다. ▼캐스팅보트는 지역구에서도 위세를 보이는 형국이다. 이리저리 떼다 붙인 '누더기선거구' 탓에 후보가 없는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누구에게 호감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투표를 1주일, 7일 앞둔 판세가 초박빙 접전이고 보면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망이다. '~보트'의 향배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3의 물결' 저자 엘빈 토플러와 그의 아내 하이디 토플러가 함께 쓴 '정치는 어떻게 이동 하는가(국역:청림출판 간)'의 요지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류들이 나아가야 할 출구를 제시한다. 다양한 삶의 가치관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함께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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