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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천도(遷都)론'

청와대와 국회까지 옮기는 '행정수도' 건설은 입법, 행정, 사법의 중심지가 바뀌는 사실상의 천도(遷都)로 나라의 흥망에도 영향을 주는 중대사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수도의 기능을 강화하는 개도론(改都論), 수도의 기능을 전개하는 전도론(展都論), 수도의 기능을 나누는 분도론(分都論), 고속도로 건설에 의한 확도론(擴都論) 등이다. 여러 방편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의 도덕의식을 개혁하는 데 자신의 반평생을 바쳤다. 그러나 당시의 어리석은 배심원들은 그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형에 동의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한 그의 제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직접민주주의가 적절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할 경우 중우정치(衆愚政治-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권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뜨겁다. 자칫 '중우정치'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들고나오자 야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 나라의 수도는 그 나라의 얼굴이며 나라의 역사를 상징한다. 국제사회는 그 나라의 얼굴에서 그 국가의 정체성을 읽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은 제국의 수도로 출발해 공화국의 수도, 그리고 나치의 수도를 거쳐 민주국가의 수도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은 행정 수도를 이전했을 때 과연 얼마나 집적효과가 있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며,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를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불안하다. 특히 코로나19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 눈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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