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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증세(增稅)

공자는 정치가 혼란해진 노나라에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제자들을 대동하고 제나라를 향해 길을 나섰다. 도중에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목격했다. 사연을 물으니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모두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이다. 공자가 물었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 여인은 “그래도 여기서 사는 게 낫습니다. 다른 곳은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선거에서 증세는 독배(毒杯)로 비유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올렸다가 민심을 잃어 정권을 내준 사례가 부지기수다.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는 연방부가세를 도입했다가 1993년 총선에서 보수당 의석이 169석에서 2석으로 줄어드는 참패를 겪었다. 영국은 노동당 집권 시절 부자들에게 80% 넘는 소득세율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스타 록밴드들이 '세금 폭탄'을 피해 해외로 떠났다. 스웨덴에서도 이민 사태가 터졌다. 프랑스 또한 최고 75%의 부유세를 매겼다가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10%까지 치솟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프랑스 학자 에릭 피셰에 따르면 프랑스의 부유세 부과로 지난 10년간 연 36억유로(약 4조6,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지만 국적 포기 등으로 사회적 손실이 연 70억유로(약 9조원)나 발생했다. 이 기간 이탈한 프랑스 자본이 2,000억유로(약 256조원)라는 분석도 있다. 부유세와 다른 이름의 '사치세'는 부작용이 더 컸다. 부자들이 즐기는 요트와 골프 등의 여흥거리에 세금을 물리자는 취지였지만 요트 제작 현장이나 골프 관련 산업 근로자들만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최고 3배 인상을 비롯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큰 폭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25일 경찰 추산 1,500여명이 서울 도심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등 초유의 '조세저항' 시위까지 벌였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에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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