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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치산치수(治山治水)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太平)한 세상(世上)을 일컬어 '태평성대' 또는 '태평성세'라고 한다. 태평성대의 대명사는 중국의 '요순 시대'로 이어진다. 요순 시대에는 백성들이 풍요롭고 여유로워 백성들이 군주의 존재도 잊은 채 살았다고 전해진다. ▼성정이 어질고 백성을 풍요롭게 하던 요순 시대에도 가장 큰 고민이 있었으니 그것은 치산치수였다. 황하의 상습적인 범람과 침수를 고민하던 요 임금은 치수 전문가 '곤'을 등용했다. 곤은 황하가 범람하지 않도록 9년 동안이나 둑을 쌓고 물길을 가로막았지만 결국 실패했고 두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요 임금에 이어 왕권을 물려받은 순 임금도 황하의 범람을 해결하기 위해 곤의 아들인 '우'를 등용했다. 우는 아버지 곤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끝에 물길을 뚫어 주고 강물이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함으로써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 치수 문제를 해결한 우는 순에 이어 임금 자리에 올랐다.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가 지속되며 도내를 비롯한 전국에서 홍수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올 5월 발표한 기상전망에서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무더위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7월30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중부지방의 장마철이 6월24일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지방의 장마철 기간이 가장 길었던 2013년 49일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6월10일 시작돼 7월28일에 끝난 제주도의 장마철 기간은 49일로 1973년 이후 가장 긴 해로 기록됐다. ▼예로부터 물과 나무를 관리해 홍수와 가뭄을 다스리고 재해를 방지한다는 치산치수는 정치의 기본으로 꼽혔다. 치산치수가 잘못되면 민심이 급격히 흉흉해지고 정권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에 기대어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는 심정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요순 시대와 같은 치산치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우부장·wo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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