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언중언

[언중언]'낮술 금지령'

조선시대 영조는 애주가였지만 흉년엔 어김없이 금주령을 내렸다. 술을 빚는 쌀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궁중 제사에도 술 대신 차를 올리게 했다. 백성들은 제주를 냉수로 대신했다. 명을 어기면 사형에 처하거나 외딴섬에 귀양을 보냈다. 가혹하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조의 손자인 정조는 술에 관대했다. 어쩌다 금주령을 내려도 할아버지처럼 처벌하지는 않았다. 백성들을 괴롭히기만 하고 효과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볼스테드 법으로 알려진 미국의 전국금주법(National Prohibition Act)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부족해진 곡물의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1919년 10월28일 제정, 이듬해 발효돼 술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자 밀주와 밀수가 판을 쳤다. 그 바람에 알 카포네 등 갱단이 생겼다. 로버트 드 니로가 알 카포네 역할을 맡은 영화 '언터처블'도 그 시절 얘기다. '고상한 실험(Noble Experiment)'으로 불렸던 금주법은 뒤에 '허무맹랑한 발상'을 빗대는 말이 됐다. ▼금주법의 부정적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시아계 이민의 완전 금지와 유럽인 이민자의 제한, 우리에게 백인우월주의자로 알려진 KKK단의 세력 확대, 공립학교에서의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테네시 주 의회의 법령 등도 초래했다. 결국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었고 이후 대통령에 출마한 루스벨트는 금주법의 폐지를 공약했다. 그리고 1932년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1933년 이 법의 폐지안에 서명했다. ▼전남 순천시가 4일부터 17일까지 식당에서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부 식당이 오전 5시부터 '꼼수 술장사'를 한 것이 이번 '낮술 금지령'을 촉발했다. 이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이슈로 우리 사회는 당분간 몸살을 앓을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나 지역 주민이나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대처를 자제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