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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동네의 재발견

수도권 시민들의 편의와 국책 사업으로 강원도에 고속도로가 뚫렸다. 영동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교통 오지인 강원도를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다 보니 국도 주변은 공동화 현상이 이어져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양~서울 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44번 국도변 인제지역의 휴게소와 주유소 등 상점들이 줄지어 폐업했다. 지난 신년 연휴 동안 한겨울임에도 도내 산간 계곡에는 캠핑족들이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로 휴가를 단출하게 즐기는 세대들이 늘면서 국도와 지방도 주변 동네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도내 국도 56호선은 철원군 김화에서 시작해 춘천을 거쳐 홍천 구성포와 내면, 구룡령을 넘어 양양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겸재 정선의 김화 화강백전, 패주 조세걸의 화천 곡운구곡도, 진재 김윤겸의 춘천 소양정, 단원 김홍도의 양양 낙산사 등 조선 실경산수화 배경지를 찾아가는 여행지다. 또 철원 매월대, 화천 청은대, 양양 법수치와 현산공원은 매월당의 자취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열목어 최대 번식지인 홍천 내면 명개리와 연어의 고장 양양은 구룡령을 사이에 두고 대륙 융기로 진화한 연어과 어류들의 생태를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에서 시작해 강원도로 끝나는 도내 유일의 국도 56호선은 수려한 경관과 자연생태계, 그리고 강원인의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국도 주변의 자연과 문화를 찾아가는 것은 동네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강원의 문화자원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과 여유를 제공한다. 강원도가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산, 고개, 계곡, 바람, 꽃, 물, 그리고 순수함은 우리만이 갖고 있는 무기다. 무공해 자원으로 지친 도시민들을 위로하자. 동네에 미래가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김남덕사진부장·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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