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언중언

[언중언]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몇 년 전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계모의 8세 어린이 학대 살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친아버지도 수년간 지속된 학대에 공범으로 가담했고, 피해 어린이가 사망하자 같은 피해자인 12세 언니로 하여금 '동생을 때려서 죽게 했다'는 '허위 자백'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그동안 피해 어린이의 멍과 상처를 보다 못한 선생님과 사회복지사가 수차례 신고를 했는데도 국가와 관련 기관이 이 끔찍한 살인을 막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해 10월 처참한 학대를 당하다 숨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전말이 한 방송을 통해 보도되자 국민들의 공분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정인이 양부모의 극악무도한 행태는 물론 우리 사회의 복지시스템과 공권력의 심각한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정인이를 애도하는 '#정인아 미안해'라는 게시물이 줄을 잇는다. 양부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일 현재 23만명 넘게 동의했다. ▼1991년 마르고 리베라의 '다중인격장애' 연구에서는 총 185명의 다중인격장애 환자 중 98%가 어린 시절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보고서는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해범 300명 중 90%가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와 정부가 뒷짐 지고, 이웃과 학교가 눈감는 사이 우리 이웃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비명과 숨죽이는 울음소리는 바로 우리 사회가 썩고 병들어 가는 소리와 다름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이 나온다.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부모 등 보호자들에게 지난해 1년간 내려진 법원 판결 중 징역 15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15건 중 단 1건에 불과했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며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의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