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언중언

[언중언]'한파'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얼마 후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한 연구발표를 하게 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얼마 후 해양 온도가 13도나 낮아지고 지구 곳곳에 사상 최악의 추위가 닥쳐온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줄거리다. ▼35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열흘 이상 지속됐다. 빙하기가 다시 시작되는 듯했다. 도내 산지의 기온은 영하 28도까지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영하 44도까지 내려갔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가장 추웠던 기록은 1981년 1월5일 양평의 영하 32.6도였다. 서울은 1927년 12월31일 기록한 영하 23.1도가 최저 온도다. 남북한을 합해서는 1931년 1월12일 북한 중강진에서 관측된 영하 43.6도가 최저다. 이번 한파는 역대 기록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극한의 추위다. ▼강력한 한파의 원인은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우랄산맥 동쪽에 형성된 고기압(우랄 블로킹) 때문이다. 우랄 블로킹이 생기면서 북극 상공에 갇혀 있어야 할 찬 공기가 기류를 타고 한반도와 유럽, 미국 동부 등으로 내려오게 됐다. 우랄 블로킹은 북극의 바다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강하게 발달한다. 마치 영화 '투모로우'처럼 지구 온난화의 역설이 살인적인 한파를 전 세계에 가져온 것이다. ▼1940∼1980년대 날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혹한'이었다. '동장군'이란 말이 1950년대 주요 키워드로 꼽혔을 정도다. 한파는 바깥 노동으로 먹고사는 일용직이나 노숙인, 연탄 한 장 살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이웃들에겐 저승사자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다. 그런 맹추위가 다시 공포로 다가온 올겨울이다. 환경이 파괴되면서 중병에 걸린 지구를 돌아보게 하는 이번 한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