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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저출산과 백신

“출산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이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0년 초 실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저출산 연구 관련 설문에서 20대 후반(25~29세) 여성의 55%가 출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풍조도 있다. “결혼은 좋지만 아이는 싫다.” 이른바 '딩크족'(맞벌이로 많은 돈을 벌면서도 의도적으로 자식을 낳지 않고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이 늘어 가는 시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해야 집을 겨우 마련할 수 있는 요즘 세대는 결혼과 함께 빚이 동반자가 되고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생활을 유지할 처지에 놓였다. 아이를 낳는 것엔 많은 부담과 책임이 따르기에 아이 없이 두 사람만의 여유 있는 삶을 택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비혼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인가.'사상 첫 인구 감소'라는 예고된 총성이 울렸다. 2003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킨 이래 약 200조원을 퍼붓고, 외국인 근로자도 받았지만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38명 줄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超)저출산이 깊어지면서 불과 4년 전 2029년으로 추정했던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출생)' 시점이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 같은 원인을 콕 집어 말하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안 해서다. 직장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몸 하나 누울 곳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이들에게 결혼은 사치다. 젊은이들이 취업, 거주, 육아, 자녀교육에 부담이 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집값이 안정되고, 여성 차별이 사라져야만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정부, 기업, 노동, 교육, 여성계 등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 마련에 나설 때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공론의 장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점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치료제와 백신 없는 만성질환으로 만들 텐가.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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