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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대학 정시 경쟁률 급락, 수험생이 '갑'인 시대 온다

저출산 여파, 도내 4년제 대학 9곳 가운데 6곳

대학 체질 개선 미적대면 스스로 도태

수험생도 대학보다는 학과를 선택해야

대학이 갑이 아니라 수험생이 갑인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는 정황이다. 2021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강원도 내 4년제 대학 9곳 가운데 6곳의 경쟁률이 예년보다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대입은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첫해로, 수시모집에 이어 정시모집 경쟁률까지 하락한 도내 4년제 대학들은 거센 후폭풍을 맞게 됐다. 지난 11일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도내 대학들의 경쟁률 잠정 집계 결과 가톨릭관동대는 993명 모집에 1,835명이 지원해 지난해 3.17대1보다 떨어진 1.8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660명을 선발하는 강릉원주대도 1,903명이 접수해 지난해 4.22대1보다 떨어진 2.88대1을 나타냈다. 지난해 5.36대1의 경쟁률을 보인 한림대는 519명 모집에 2,113명이 접수해 4.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대입 경쟁률 하락은 불 보듯 하다. 저출산 때문이다. 대학은 요즘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구조조정의 쓰나미 속에 있다.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을 접어두고라도 일부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예상됐던 부작용이다.

그렇지만 평가 없이 개혁 없고, 개혁 없인 생존도 없다. 방법이 문제일 뿐, 방향까지 문제 삼아선 대학의 미래는 암울하다. 기초 학문과 예체능은 물론 보호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변화를 막는 방패로 쓰여선 곤란하다. 지역의 대학들은 선택과 집중, 학문의 융복합, 실무형 커리큘럼 도입, 취업활동 강화,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각에서는 취업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비판한다. 연구와 교육의 전당을 취업사관학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긴 하다. 취업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동안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실패했다. 취업률에 목을 매게 된 것은 그에 대한 반작용이다. 대학이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단순한 정원 축소가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다 대학을 선택하는 수험생의 자세도 중요하다. 아직도 수험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점수에 맞춰 대학이나 학과를 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가 더 그렇다. 그 결과 좌절하고 실망한다. 이젠 선택의 기준을 대학이 아니라 학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학과보다 전공 중심이면 더 좋다. 대학은 최근 융복합 추세에 따라 학과를 통폐합해 학부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학부 안에 몇 개의 전공트랙이나 연계 전공을 만든다. 기존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과는 다르다. 합쳐서 넓게, 나눠서 깊게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실무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다. 수험생과 학부모도 이런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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