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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트럼프 탄핵'

미국에서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없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하원 법사위에 의해 탄핵 심판대에 올랐으나 상원에서 1표 차이로 부결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닉슨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시작되기 전 사임했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성추문 사건 조사를 방해하고 위증했다는 혐의로 탄핵을 당했지만 상원 표결에서 살아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2019년 12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혐의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였다. 이번에는 내란 선동 한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의회가 2020년 대선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지난 6일 시위대를 선동해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폭동 사태를 야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다. … 힘을 보여줘야 한다. 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의회가 폭력에 쑥밭이 되자 미국 내부뿐 아니라 자유진영 국가에서도 개탄이 쏟아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수치스러운 장면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를 슬프고 화나게 한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대표는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채택되기 전날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위대의 의사당 습격과 관련해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에도 자신을 이유 없이 희생당한 마녀에 비유했다. '죄 없는 마녀(?)'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임기 내내 불통과 독단, 선동과 분열을 야기했던 트럼프다. 퇴임을 앞두고 밑바닥을 드러낸 그의 정치는 이제 단두대에 올랐다. 트럼프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운명은 어찌 될까.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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