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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경험 못 한 '축소의 시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세 살 터울 셋만 낳고 35세 단산하자.' 1960년대 인구표어다. 1970년대 초등학교 시절 지구에 꽉 들어찬 사람들이 지구 밑으로 떨어지는 그림을 보며 걱정한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해 줬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출산장려운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정부 정책이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2028년부터 줄어들 것이라던 당초 예측은 훨씬 더 빨리 무너졌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강원도 인구 자연감소도 4년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기준 도내 출생아와 사망자는 각각 737명, 1,061명으로 한 달 새 도내 인구 324명이 자연감소했다. 또 올 1월 도내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116건 줄어든 422건으로 사상 처음 500건 아래로 떨어졌다. 혼인 건수는 출산율의 선행지표다. 결혼을 포기하는 '결포족'이 늘면 인구수축사회가 더 빨리 찾아온다. 경제활동을 해 세금을 내는 국민이 줄기 때문에 국가 재정도 타격을 받게 된다. ▼결혼이 당연하던 시절에서 결혼은 선택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경향은 20, 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초혼 평균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남성 33.2세, 여성 30.8세로 2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각각 3.9세, 4.3세 높아졌다. 저출산 대책을 결혼한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만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인구 감소 해결을 위해 현행 정책 기조에 더욱 박차를 가할지 아니면 발상을 전환할지, 실로 어려운 판단이 우리 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10년 전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우리나라를 인구소멸국가 1호로 지목했다. 정말로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축소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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