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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샌드백

땅 투기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공기업 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 예정지 토지 거래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땐 일종의 비리나 부도덕한 행위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단시간에 '블랙홀'이 됐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모든 이슈가 부동산 투기에 올인되며 세력을 키웠다. 공직사회가 '전체 공무원 재산등록'이라는 정부 움직임에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유엔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밀도는 1㎢에 527명으로 세계 24위다.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모나코로 2만6,338명/㎢이라고 한다.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그린란드로 0.14명/㎢이다. 엄청난 차이다. 동유럽과 극동 아시아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8.91명/㎢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 19위에 자리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에 1만 6,000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집도가 된다. 인구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빌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파멸적 집중'이라고 한다. 땅은 좁고 사람이 넘쳐나는 서울과 수도권은 당연히 탐나는 부동산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비웃듯 변화는 찾기 힘들다. ▼단언컨대 땅이 싫은 사람은 없다. 부동산 개발 계획을 수립하거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의 도덕성만 믿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재산등록을 하고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이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본분을 망각하고 사익에 눈먼 '투기꾼'만 잡아내면 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법과 제도, 시스템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해 오다 마구 쏟아내는 임기응변 처방이 국가 개조라는 시대적 과제를 그르친다.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공복·公僕)이다. 불리한 정치 상황을 모면할 때 쓰는 화풀이용 샌드백(SandBag)이 아니다.

유학렬부국장·hy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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