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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천정부지 물가, 서민경제 쇼크로 이어져선 안 돼

달걀과 대파 등 식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 가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대파는 1년 전에 비해 최고 4배까지 오른 가격에 거래될 정도다. 달걀 값은 정부가 소비쿠폰을 공급하면서 평균 6,000원대로 내려갔지만 아직 1년 전(5,98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과일(27.0%)과 채소(15.0%) 등도 크게 인상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도내 평균 소비자물가 역시 연일 상승세다. 강원도 내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7%로 전년보다 오름폭이 0.4%포인트 컸다. 품목 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4.3%가량 뛰었다.

물가 인상은 지난해 잦은 태풍과 긴 장마·한파 등에 따른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집 밥'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20년도 엥겔계수는 12.9%다. 2000년(13.3%)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크다. 엥겔계수란 가계소비 가운데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소득이 줄수록 지수 값은 커진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939조원)은 전년 대비 0.4% 증가에 그쳐 1998년 외환위기(-1.0%) 이후 가장 낮았다.

1%대 물가가 엄청난 위기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 달걀'에 이어 '파테크(집에서 직접 대파를 길러 먹는 재테크)'란 신조어까지 낳았던 달걀·파 값 급등세는 지난달 정점에선 한풀 꺾인 듯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강세다.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치킨 값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오른다고 하니 부담스럽다. 그나마 인위적으로 억누른 수치가 이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처럼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장 주시해야 할 지표 중 하나이며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경제에 타격이 되지 않도록 물가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혹시라도 선거에만 매달려 천정부지로 치솟는 밥상물가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생활물가까지 가계를 위협한다면 저소득가구엔 큰 부담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증가에 이어 설상가상이다. 물가 충격이 경제 전반의 쇼크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가계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물가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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