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사설

[사설]'씨가 마른 전세', 임대차 3법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강릉과 춘천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강릉시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86.2%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도내 평균 전세가율 80.9%보다 5.3%포인트 높은 수치다. 강릉의 아파트는 매매가격 2억원일 경우 전세가격이 1억7,200만원인 셈이다. 춘천의 전세가율도 86.0%로 전국 상위 3위다. 원주, 삼척, 속초, 동해, 태백 등도 전국 평균 전세가율 70%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과 외지인의 도내 전세 매물 확보 등을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도내 아파트 전세가율 오름세는 전세 시장의 매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신규 아파트 분양·입주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세가율 상승은 이른바 '깡통 전세'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60%대 후반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의 급락으로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애를 먹은 입주자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하면 이런 위험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특히 투기 목적으로 대출을 낀 갭투자의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위험 신호다. 정부 규제와 세 부담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파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전셋값은 서민들에게 이미 큰 짐을 지우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을 대느라 헉헉대면서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를 키우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전 세계 평균인 63.7%, 선진국 평균인 75.3%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입자가 전체 가계의 절반이나 된다. 정책의 초점이 이들의 주거 안정에 맞춰져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시중에 '전세는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돈 지 오래다. 높은 전세가율과 전세난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장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세제와 금융 부문에서 세입자 지원 방안을 더 찾아봐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도 늘려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임대차 3법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더는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