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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젊은이 병'

한국 사람은 마음이 아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가장 긴 시간 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제일 많다. 스트레스가 넘치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 등등…. ▼남이 보기엔 멀쩡해도 말 못 하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말년에 광인(狂人)이 됐다. 1945년 2월 스탈린, 처칠과 함께 얄타회담을 하던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을 숨겼다. 회담 3개월 후 그는 세상을 떴다.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히틀러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권총 자살했다. 현대인은 거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중증인지 경증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피부에 닿는 모든 대상이 낙()보다는 고(苦)가 많다. 공해, 실업, 신용 불량, 신체 결함, 과당 경쟁, 과로, 가정불화 등 곳곳에 마음을 헤집는 가시들이다. ▼2020년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6,727명이다. 기분장애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흔히 우울증으로 불린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전체 연령대에서 20대가 17만987명(16.8%)으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우울증 환자는 5만9,091명(9.2%)에 불과했다. 우울증은 고령층에 많이 나타나 '노인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의 병'이 됐다. 국민의 건강한 정신은 국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민 다수가 우울증에 빠진 상태에서 문화와 창조가 꽃필 수 없다. 감성을 키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음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세상이 너무 확확 변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사는 스트레스의 한 원인은 아닐까. 남보다 늦게까지 일하고, 더 실적을 내야 하고, 더 지위를 올리려고 기를 쓰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쟁터'가 됐다. 국가가 국민의 정신건강 대책을 내놔야 할 판이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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