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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대서(大暑)

24절기는 고대 중국 주나라 때 고안됐다. 춘·하·추·동 계절별로 각각 6개의 절기로 이뤄진다. 명칭은 4계(입춘, 입하, 입추, 입동)와 더위(소서, 대서), 추위(소한, 대한), 비와 눈(우수, 곡우, 소설, 대설) 등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 달력에 쓰인 것은 6세기 초 위나라 때부터라고 한다. 당시 통용되던 음력이 계절을 잘 반영하지 못하자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농사용 절기로 따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22일)은 24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서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릴 때다.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요즘으로 하면 이른바 불볕더위, 찜통더위다. 무더위를 삼복으로 나누고 소서와 대서로 또 구분한 것은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옛날에는 과일과 채소가 풍성한 이 무렵에 오이, 애호박, 감자, 자두, 수박, 참외 등을 함께 챙겨 먹으면서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의 시성 두보도 더위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시 ‘조추고열(早秋苦熱)'에서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라고 토로했다. 속대(束帶)는 예복을 입을 때 관을 쓰고 띠를 매어 단정한 옷차림을 하는 것을 뜻한다. 당시에는 임금과 신하가 모여 조회할 때는 물론이고 지방관아의 관리라도 의관속대를 하는 것이 당연한 예였다. 하지만 양반이라도 더위는 피할 수 없어 예를 차리려 옷을 입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라는 것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더위도 더위지만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문득 법정 스님의 말씀을 위로로 삼아본다. “일이 없는 사람이 더위를 더 탑니다. (…)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때입니다. 그 한때에 꺾여선 안 됩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일, 말 못 할 사정이 있지만 거기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곧 가을바람이 불면 더위가 자취를 감추듯 상황을 받아들이면 극복할 의지와 용기가 생깁니다.”

박종홍논설위원·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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