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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올림픽'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창설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제창한 근대 올림픽은 프랑스 청년들의 신체를 단련하고 국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민족주의적인 발상에서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패배, 보불 전쟁 등으로 국민 사기가 침체된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폭염 등에 지친 전 세계 국가에 위안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투지와 울분, 환호와 좌절은 감동의 드라마다. 그리고 가슴에 잠자고 있던 조국과 인류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3총사 강채영, 장민희, 안산은 25일 열린 2020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대0으로 완파하며 양궁 단체전 9연패의 대업을 이뤘다. 대한민국은 여자 양궁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도쿄 대회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도 세웠다. 우리 국민들이 더욱 환호하며 자랑스러워했던 이유다. ▼필리핀은 올림픽에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에 이번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주인공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다. 가난한 집안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년 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훈련할 곳도 없었던 역경을 딛고 이뤄낸 드라마이기에 필리핀 국민들도 그녀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배구 여제(女帝)'로 불리는 김연경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에게 다소라도 힘이 되게 최선을 다하겠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모든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올림픽 금메달은 국민들에게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름을 헤쳐 나갈 용기를 줄 수 있다. 모든 태극전사가 땀 흘린 만큼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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