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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아내를 따르라'

30대 부부는 마주 보고 자고, 40대 부부는 천장을 보고 잔다. 50대 부부는 등 돌리고 자고, 60대 부부는 각방을 쓴다. 그리고 70대는 서로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는 우스개가 있다. “결혼은 열병(熱病)과 반대”라고도 한다. 신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나니까. 살아갈수록 식는 부부의 애정을 빗댄 말들이다. ▼그러나 부부만큼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있을까.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1901년 평생 일군 철강회사를 처분하고 받은 3억2,465만달러를 자선과 기부에 썼다. 그는 나눔의 삶을 살았다. 언젠가 뉴욕필하모닉 직원이 찾아와 6만달러 후원을 부탁하자 그는 3만달러를 마련해 오면 나머지를 채워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얼마 후 그 직원이 3만달러를 마련해 다시 찾아왔다. “후원자를 말해줄 수 있겠나?” 카네기가 묻자 직원은 대답했다. “카네기 여사인데요.” 그의 자선에는 부인의 역할이 컸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1895년 엑스선을 발견한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자원자가 없어 실험 촬영을 못 하고 있었다. 엑스선 방출량 조절에 실패하면 강한 방사선에 노출될 판이니 손사래를 치는 건 당연했다. 결국 최초의 촬영에 왼손을 내어준 이는 아내 안나벨트였다. 아인슈타인의 아내 밀레바 마리치는 취리히공대 동창생으로 두뇌가 남편을 능가했다. 연구를 함께해 논문 공저도 많았다. 그러나 남편을 띄워주고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연구업적 금자탑은 아내의 후원 위에 세워졌다. ▼도내 11개 가정폭력상담소 상담건수가 2018년에는 4,524건이었으나 2019년 6,691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엔 7,884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77%(2,003명)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2013년 미국에서 최장수 부부로 공인받은 한 남자는 “언제나 아내를 따르라”고 했다. 아쉽게도 보통 남자는 그걸 모르고 죽는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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