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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돈 지나간 자국'

한국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 브라질에서는 공화제가 도입된 지 109년 만에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브라질에서는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나왔다. 바로 사회민주당 계열의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주 대통령이었다. 브라질에서는 연임은커녕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난 대통령이 많았기에 첫 재선은 당연히 큰 화제였다. 그러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재선의 팡파르가 채 울리기도 전에 외환위기가 왔다. ▼위기 때는 평상시 살림살이 실력이 중요하다. 알뜰히 살림을 꾸렸으면 빚을 좀 내도 버틸 수 있다. 반면에 헤펐다면 더 버거워진다. 나라 곳간이 빈 브라질은 풀 돈이 없었다. 결국 1998년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1.95%로 곤두박질쳤고, 1999년에도 2.25%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였다. 나라 살림은 1993년부터 매년 흑자를 낼 정도로 튼실했다. 1997년 말에 외환위기가 터지자 건실한 살림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일자리 창출은 소득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소비와 투자 확대로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졌다. 1998년 -6.9%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은 1999년에 9.5%로 뛰어올랐다. 같은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한국과 브라질의 차이는 이런 거였다. ▼정치권이 코로나19가 몰아치자 손실 보상 및 지원을 위해 사상 초유의 100조원 규모의 2월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이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1인당 국가채무가 1,800만원을 넘었다. 이는 총 국가채무 약 940조6,000억원을 2021년 4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5,170만명)로 나눈 수치다. 개개인이 이 채무를 갚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1인당 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토대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추경이 대선을 앞둔 ‘선거용 돈풀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효과는 없고 돈 지나간 자국만 남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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