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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소방영웅들의 그을린 미소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중략)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봐주소서.” 1958년 미국 캔자스주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세 명의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썼다는 ‘소방관의 기도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도문으로 유명하다.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 투입됐다 순직한 고(故)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의 합동영결식이 지난 8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거행됐다. 고인들의 동료인 채준영 소방교는 “세 분의 이름을 우리의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야 할 시간”이라고 울먹이면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며 추모했다. 유족들은 이렇게는 못 보낸다며 오열했고 소방관 동료들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강원도에서도 2017년 9월17일 강릉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던 2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2014년 7월17일에는 세월호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광주광역시에서 추락해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순직한 소방관은 49명에 달한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인명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대형창고 화재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의 순직이 되풀이되고 있어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더 이상 소방관들의 사명감에 기대지 말고 화재 예방대책과 소방관 투입 안전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 소방관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첨단장비 도입도 절실하다. 평택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다 찍은 생애 마지막 사진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검게 그을린 방화복을 입은 채 그을린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영웅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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