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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공시 준비 대학생이 30%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 되려면 적어도 몇 년은 세상과 담을 쌓고 1평 남짓 고시원 방에서 면벽수행하듯 수험서를 외우고 또 외워야 한다.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나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시험에 합격할 수 없다. 이들에게 성숙한 공감 능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에 들어갔다. 내로라하던 대기업에 다니던 엘리트 직장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잘려 나갔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젊은이들 사이에 공무원을 선호하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이 ‘꿈의 직장'이 된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근무 강도에 비해 경제적 혜택이 크고 신분 보장이 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30년 동안 중앙부처 요직을 두루 거친 어느 전직 고위공무원이 2019년 솔직한 참회록을 내 화제가 됐다. “공무원은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 권력이 5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안다. 겉으로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다 흐지부지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역대 대통령마다 ‘규제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를 없애겠다며 규제 혁신을 외쳐 왔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초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청년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공무원 열풍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최근 설문에서 “공무원시험 응시 계획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이 전체의 29.4%에 달했다. 대학이 거대한 고시원이 돼 가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수한 인재가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가 ‘공공에 봉사'하겠다는 신념의 발로라기보다 안정성과 비경쟁적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심리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고, 안정보다는 도전과 개척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건강한 나라다. 그런 것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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