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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新관광상품 만든 청년창업]삭막한 폐광지 젊음·문화 심어

(3) 태백 무브노드

◇사진 위에서부터 무브노드 간판, 창업자인 김신애 대표, 다양한 문화생활과 업무를 하는 방문객들, 실내에 마련된 보드게임과 놀이감들.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점에 가면

5060세대들은 이해 못 할 풍경이 있다.

음악, 대화 소리가 들리는 공간에서

노트북, 책을 펴고 '열공(열심히 공부)'하거나

'열일(열심히 일함)'하는 2030세대다.

공부는 도서관, 일은 사무실에서 하던 때와 다르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노동 방식,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성실과 근면을 너머 '창의성과 유연성'이 덕목인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폐광지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는 한 30대 청년이 있다.

카페 '놀며 일하는 공간' 추구

강원창조센터 지원 문 열어

지역 업체·학교 연계활동도

폐업가게 재활용 문화 창출

독립서점·로컬숍 등도 기획

"워라밸세대가 찾는곳 조성"

■꼭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김신애(여·35)씨의 기억 속 1990년대 고향 태백은 폐광지가 돼 이웃들이 떠나는 지역이다. 문화생활에 관심 많은 청소년기, 갈 데 없던 곳이다.

그런 고향을 2000년대 초 대학 진학을 위해 떠났다. IT계열을 전공하며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일을 배우러 2012년 서울로 갔다. 일은 알차게 배웠지만, 생활은 팍팍했다. 월급의 대부분을 주거비로 쓰고도 비좁은 공간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치여 살던 어느 순간, 자문했다.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서울에 있는 거지?”라고. 지난해 하반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모한 폐광지 공간활용 청년창업 사업에 선정돼 기회를 잡았다. 태백으로 그는 돌아왔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경제가 만들어진다=임대료가 저렴한 하장성의 건물 2층, 99㎡ 규모로 지난달 문을 연 공간의 이름은 '무브노드(Move.Node)'다.

스타벅스 같은 공간에 커피만 빠진, 말 그대로 '놀며 일하는 공간'이다. 업무차 지역에 왔던 그룹이 회의도 하고, 관광 왔던 청년들이 쉬다 가기도 했다.

김 대표의 전공인 게임을 빼놓을 수 없었다. 게임을 만드는 사회적 벤처기업인 널티(Null_TEA), 건축·공간 브랜딩 전문 스튜디오인 메타플랜(METAPLAN)과 협업으로 보드게임, 저녁 영화 상영 등의 문화 콘텐츠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지역 학교들과 협력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싶다”며 “다양한 문화 경험, 놀이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낡은 문방구만 봐도 떠오르는 공간기획 아이디어=15년 만에 돌아온 김 대표의 눈에 비친 고향의 뚜렷한 변화는 '고령화'다.

무브노드 바로 옆집에는 1990년대 팔던 제품들이 그대로 있는 문방구가 있다. 고령의 주인이 장사도, 폐업도 못 한 채 영업 중단 중이다.

태백 곳곳의 이런 가게들을 보면 김신애 대표는 미간을 찌푸리는 게 아니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는 “이채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젊은이들이 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지역 주민들에게 제안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잘 알고 지내던 IT업계 지인들과 이달 새로운 사업도 기획 중이다. 가상화폐와 농업의 대안으로 알려진 '6차 산업화'를 연결 지은 모델이다. 오는 7월에는 강원랜드 희망재단의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독립서점, 로컬숍도 문을 열 예정이다.

김신애 대표는 “유목민처럼 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계층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세대'가 찾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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