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지역경제의 화두다. 최근 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지역혁신체계 구축' 조항이 신설되면서 혁신역량이 지역경제 성장의 중요한 과제(본보 지난 21일자 8면 보도)가 됐다. 본보는 지역혁신의 중요한 주체들과 연속 대담을 통해 민선 7기 강원 지역경제 혁신의 방향을 찾아본다.
'샤페론' 창업 성승용 교수
"도 청정이미지 생명공학 적합
교육·문화적 환경 개선 시급
의학 특화 고교 설립 좋은 안"
'레메디' 창업 이레나 교수
"수도권 비해 공간적 여유 풍부
인력확보 대학·고교 적극 연계
부지 연구·기업에 제공 차별화"
'지엘비젼' 창업 고영욱 센터장
"지자체 육성 의지 개발에 큰힘
시장창출 위한 연구 토대 필요
성과→창업 원스톱 지원 대안"
지난 18일 강원테크노파크에서 만난 성승용(춘천 출신)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 고영욱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 센터장은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자들이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연구 성과가 게재되는 차원을 넘어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기술을 사업화해 국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성승용 교수가 창업한 '샤페론'은 나노항체 신기술을 활용해 아토피 치료에서 1상 임상에 성공했다. '제2의 한미약품 신화'를 쓸 기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레나 교수가 창업한 '레메디'는 치과용 소형 엑스레이 기기를 상용화해 지난해 수출 30억원을 달성했다. 고영욱 센터장이 창업한 '지엘비젼'은 차세대 TV기술인 퀀텀닷을 조명에 적용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올 상반기 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구, 기업 활동의 근거지가 강원도란 점이다. 성 교수는 홍천에 있는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이레나 교수는 레메디 공장이 춘천에 있다.
■연구개발, 기업활동은 통상 서울에 집중되는데 강원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성승용 교수=“서울대가 강원도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홍천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는 150억원 규모의 연구장비를 갖춘 생명공학 분야 국내 최고 연구소다. 고향이기 때문에 소장을 맡은 면도 있지만 계속 근무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점이 크다. 요즘은 관악캠퍼스와 화상으로 실시간 강의나 회의가 가능해 물리적 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 강원도의 '청정' 이미지도 생명공학 연구와 잘 맞는다고 본다.”
△이레나 교수=“춘천의 기업지원기관에 입주기업으로 있는데 고향이기 때문에 온 점이 가장 크다. 전체 직원 23명 중 70%는 춘천에 있다. 여유 공간이 없는 서울에 비해 강원도는 공간이 풍부하다. 강원도의 '청정' 이미지도 의료기기 개발사업에 맞아떨어진다.”
△고영욱 센터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하다가 2013년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으로 옮기면서 이주했다. 도가 육성할 미래 신산업 분야에 '플라즈마 기반의 퀀텀닷 나노 분말 생산기술'이 최근 포함됐는데 이 같은 기초·광역지자체의 육성 의지가 연구개발에 큰 원동력이 된다.”
■강원도는 지식기반 산업이 취약한데 활동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성 교수=“고급 인력 확보난이다. 유능한 과학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홍천으로 초청하면 가장 먼저 둘러보는게 자녀 교육시설인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수월성 교육이 아니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농촌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의적인 교육이다. 다음은 문화 여건이다. 홍천연구소의 연구개발 인력은 60명 정도인데 70%는 강원도, 30%는 수도권에서 충원하는 구조다. 스타벅스 등 소비문화에 욕구가 높은 청년들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난다. 꼭 화려하지 않아도 지역 특색이 있는 문화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 교수=“역시 인력 확보난이다. 춘천에서 행정직, 생산직으로 일할 20~30대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춘천으로 배치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전 기업들이 청년 인력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대학 및 고교와의 연계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외지 청년들이 정착까지 할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입주 공간을 이용할 때 밟는 행정절차도 복잡한 편인데 더 간소화해 편의성을 높이면 장점이 될 것이다.”
△고 센터장=“미국 등 지식산업 강국은 연구자가 직접 벤처창업에 나서는 걸 독려하는데 한국은 이윤추구행위로 보며 제한하는 문화가 강하다. 이는 '연구실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제약이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시장을 창출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대다. 국가·지자체 출연 연구기관도 이를 독려하는 문화, 제도 기반이 중요하다.”
■고부가가치 벤처기업을 유치, 육성하는 게 강원도에는 매우 중요한데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성 교수=“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중요한 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다. 그러면 기업들이 알아서 강원도로 온다. 이런 환경은 단기간에 구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강원도 전략산업,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5~10년 단위 장기계획을 세우며 큰 그림,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다음은 컨트롤타워다. 바이오, 의료기기, 신소재, ICT산업을 육성하는 기관들이 기초자치단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단위로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모든 산업을 아우르고 전략을 세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교수=“다른 지자체와 비슷한 인센티브로는 결코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일 수 없다. 완전히 차별화된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강원도의 넓은 공간을 연구, 기업활동에 제공하거나 외지 출신 청년에 대해 지원책을 주는 방식도 해볼만 하다. 돈보다 기회를 줘야 한다. 지역사회는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지역에 첨단 산업육성을 이끌 인재가 없다면 외지에서 끌어와 일을 맡겨야 한다. 자리가 줄었다며 경계하기 보다는 '투자자(주민)와 경영자(외지인)'의 시각으로 여유를 갖고 지원하는 문화가 혁신체계에서 필요하다.”
△고 센터장=“연구개발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기술이전→창업'으로 흐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선순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부터 창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강원도만의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몸담고 있는 연구소도 연구비의 대부분을 정부 과제로 수주하고 있는데 강원도 자체 재원으로 연구개발비가 있다면 외지의 연구 역량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향후 목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성 교수=“홍천이 미국의 샌디에이고처럼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 연구소가 있는 장점을 살려, 의생명과학 분야로 특화된 고교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창업 기업(샤페론)과 관련해서는 2020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의대 졸업생들이 병원뿐만 아니라 기초 과학 연구실로도 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이 교수=“10년 이내로 1조원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속적으로 여건이 된다면 강원도에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 기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며 '연구실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고 센터장=“통일이 화두인데 접경지역 산업단지에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는 게 주어진 역할인 것 같다. 창업 기업과 관련해서는 4년 내로 상장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원동력이 되는 만큼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정리=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