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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강원일보 CEO아카데미 특강]“권위적인 리더 오래 못 가…높은 자는 무조건 허리 더 굽혀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지난 21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강원일보 CEO아카데미 4기 개강 특강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통섭과 생태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최 교수는 리더의 역할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승선기자

소통이 리더의 최고 덕목인 시대다. 강원일보 CEO아카데미는 지난 21일 열린 4기 개강식의 강사로 '소통 연구가'인 강릉 출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초청했다. 최 교수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統攝·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 개념을 국내에 들여와 주목받았고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는 보직교수도 피할 만큼 '감투 욕심' 없이 살아오다 2013년 10월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맡아 3년간 재직하며 겪은 리더의 경험을 토대로 경영 십계명을 공유했다. 강연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얼떨결에 성공한 CEO=“정약용, 김정희처럼 옛 학자들이 유배지에서 학문 업적을 많이 남긴 걸 알고 주변에 '귀양 좀 보내주세요'라고 방정을 떨곤 했다. '오고초려' 끝에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 돼 서울에서 3시간 반 걸리는 충남 서천으로 내려갔으니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집필에 집중하며 세계적인 생태학 연구소를 만들겠노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마을 이장, 지역유지들은 지역경제에 보탬에 돼야 한다고 원장실로 수시로 왔고 환경부는 1년에 관람객 30만명은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돈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관람객이 많이 와야 했고 국립생태원의 연구, 전시 기능 중 전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계절마다 특화된 전시를 선보였고 개미세계탐험전처럼 세계 최대, 유일의 전시회도 만들었다. 개장 첫해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었고 지속됐다.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군수께서 초청해 군청 강당에 가 보니 전 직원 앞에서 작은 상자를 주셨다. 열어보니 '명예군민증'이 있었다. 울컥했고 어쩌다 보니 성공한 CEO로 행복하게 임기를 마무리 짓는구나 싶었다.”

■소통은 이를 악물고 들으며 필사적으로=“머리로 배운 경영 교훈들이 실전을 겪으며 가슴을 거쳐 손발에 쥐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게 나만의 경영 십계명이었다. 첫째,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지위가 높다고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열등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오래가지 않는다. 높은 자는 무조건 허리를 더 굽혀야 한다. 둘째, 게임의 룰만 정해줄 뿐 게임 자체는 더할 수 없이 신명 나게 하도록 놓아준다. 생태원 정문을 들어서면 흙언덕이 있어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한 종류만 심어 단색이 주는 이미지를 연출했으면 한다고 직원들을 설득했고 공론과 투표를 거쳐 토종인 찔레꽃을 심기로 했다. 철쭉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는데(웃음), 찔레 동산이 자리 잡아가는 만큼 직원들의 자부심도 커 나가리라 믿는다. 셋째, 소통은 삶의 업보다. 베짱이 수컷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만들며 암컷과 소통하기 위해 애쓴다. 원장 부임 후 연구, 교육, 전시 업무부서 간 소통을 위해 '원격바(원장이 격주로 구워주는 바비큐)'를 만들었다. 야외에서 여유롭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었다. 넷째, 이를 악물고 들어라. 리더가 말을 줄여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원장이 떠들면 직원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나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다섯째, 전체와 부분을 살펴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원장 부임 후 회의 중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민망해도 물으며 부분을 챙겼다. 권위는 떨어져도 확인하고 공부하며 경영을 공부했다.”

■리더(Leader)는 리더(Reader)여야=“여섯째, 리더의 중요한 임무는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돈키호테 유형이나 지나친 햄릿 유형은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 결심은 신중하게 해도 결정은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일곱째,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해져야 한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개미세계탐험전 홍보를 위해 고집을 꺾고 아침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나를 조금 무너뜨려도 좋다. 여덟째, 개인이 행복해야 궁극적으로 조직도 성공한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생 직장을 여러 차례 바꿀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냉정해져야 한다. 아홉째, 실수한 직원은 꾸짖지 마라. 실수한 직원은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직원에게 너 왜 실수를 저질렀느냐고 짓밟아본들 갑자기 훌륭해지지 않는다. 완벽한 결과를 얻으려면 직원을 닦달하지 말고 과정을 완벽하게 다듬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사는 과학이란 점이다. 직원들을 관찰했고 치밀하게 쓴 행동목록에 의거해 그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인사 조치를 했다. 행정일만 해온 분인데 내 관찰일지를 보면 자주 꽃을 가꾸고 잡초를 뽑는 일을 해와 과감히 식물관리연구실장으로 발령 냈다. 알고 보니 은퇴 후 수목원 등에서 일하려고 식물관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 중이라며 뛸 듯이 기뻐했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침대가 과학이라면 인사야말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과학이어야 한다.”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

1.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2. 가치와 목표는 철저하게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3. 소통은 삶의 업보다

4. 이를 악물고 듣는다

5.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6.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7.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8.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9.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10. 인사는 과학이다

정리=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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