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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팔아” 화장품·옷가게 줄줄이 폐업

르포 - 춘천 명동 코로나·장마에 상권 초토화

◇5일 낮 12시 춘천의 최고 번화가인 명동의 메인 거리. 브랜드 화장품이 폐업한 상가가 공실로 있고, 유동인구도 거의 없다.

메인거리 1충 6개 상가 '공실'

유동인구 급감 오후부터 오픈

재난지원금 효과 기간 '한 달'

"상경기 코로나 초기 돌아가"

5일 오전 11시 춘천 핵심상권인 명동 입구 앞. 부스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40대 부부가 식빵을 가리키며 “이틀간 재료로 5봉지는 썼는데, 요즘은 1봉지 겨우 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날 판매액은 평소 10% 수준인 2만원이 전부다. 이들은 “7월부터 거리에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며 “경기가 코로나19 초기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장마가 길어지며 골목상권 경기는 초토화돼 있었다. 명동 메인거리에는 브랜드 화장품, 옷가게가 줄줄이 폐업하며 1층 상가 6개가 공실로 비어져 있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주인이 들어와 장사해도 직원 인건비를 줄 자신도 없어 아예 팔려고 내놓은 건물도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 창업인 인형뽑기 가게의 관리인은 “영업 마감시간을 밤 11시에서 코로나 이후 10시로 당겼고, 7월부터는 에어컨 비용이라도 아끼려고 9시로 더 당겼다”고 말했다.

지하상가도 셔터를 내린 가게가 수두룩했다. 잡화류를 파는 60대 부부는 “유동인구가 워낙 없어 오전 장사를 접고 낮 12시 이후에 문을 연다”며 “손님이 줄어든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개시도 못 하는 날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황기에 강하다는 유명 브랜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A스포츠의류 대표는 여름시즌 상품으로 나온 여성용 래시가드를 가리키며 “5월부터 전시됐는데, 바다로 휴가를 가는 사람이 없어 이제껏 못 나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화천, 양구, 홍천, 가평 등에서 오는 고객이 급감해 매장 방문객도 하루 20명으로 반 토막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한 재난지원금 효과 기간은 '한 달'이었다. 저가형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하루 10시간 나와 있어도 지난해 절반인 40잔 팔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말 알바생을 2명 뒀지만, 지난달에 1명으로 정리했다. 그는 “올해 매출액은 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만 그나마 괜찮았고, 나머지는 모두 전년 대비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경기 영향이 덜한 약국조차 “마스크 팔 때를 제외하고 유동인구가 너무 없어 당장 내야 할 세금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대봉 춘천 명동상인회장은 “장마의 영향도 크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줄어드는게 더 근본적인 이유”라며 “명동이 이 정도로 안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라고 답답해했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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