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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헬기 투입에만 12시간 진화 힘든 DMZ 산불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강원일보 DB

지난 18일 동부전선 발생한 불

UN 군사정전위 승인받은 뒤

군항법사 탑승 후 다음날 시작

대응 절차 간소화 시급한 과제

고성군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진화 헬기 진입 승인이 안 나 12시간 가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DMZ 내 산불의 진화체계도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내 북측 구역에서 산불이 처음 목격됐다. 이 산불은 19일 새벽 4시15분께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구역으로 확산됐다. 이에 군(軍)은 산림청에 진화헬기 투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고성지역에 배치된 산림청 대형 헬기(KA-32)는 12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20분께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헬기의 비무장지대 투입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UN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날 오후 3시54분께 진화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DMZ 내 진화 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헬기에 군 항법사가 탑승해야 한다. 월경(越境) 우려 때문이다.

20일 오후 현재 6대의 산림청 헬기가 투입돼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미 초동조치에 실패한 상태여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DMZ는 대규모 군사이동이 불가능하고 지뢰 등이 매설돼 군 병력이 진화에 나설 수 없다. 유일한 진화 수단인 헬기 투입 절차의 간소화가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도와 경기지역의 DMZ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18건으로 382.46㏊의 산림이 소실됐다. 이는 2016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378㏊가 소실된 것과 비슷한 수치다.

산림청 관계자는 "안보문제로 인해 DMZ산불 진화는 까다로운 절차와 제약이 따른다"며 "앞으로 헬기 투입을 간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된다면 효율적인 초동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남북의 정책결정이 DMZ 산불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최기영·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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