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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올림픽시설 사후 관리 부실 `물난리' 불렀다

5월 폭우에 재해 속출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주민이 18일 범람한 차항천을 바라보고 있다. 주민들은 평창올림픽 때 차항천 강변에 설치한 승하차 시설물을 철수하지 않고 방치해 하천물이 범람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창=권태명기자

평창 차항천 범람 67가구 침수

대회 때 옹벽 설치 원인 분석

정선스키경기장 인근도 피해

지자체·조직위 원인 파악 중

2018평창동계올림픽 대회 이후 시설물에 대한 부실한 사후관리가 결국 재난으로 이어졌다.

평창과 정선지역의 집중호우 시 올림픽 시설물로 인한 피해가 예견됐으나 무관심에 가까운 대처가 '올림픽 이재민'이라는 인재(人災)로 나타난 것이다.

18일 0시30분께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차항천이 범람해 저지대에 위치한 횡계6리 67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고 주민 130여명이 대관령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평창군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8일 오전까지 대관령면 일대에는 127㎜의 비가 내렸고 범람 당시인 18일 새벽 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는 시간당 61.8㎜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일시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차항천 범람지점은 하천 폭이 30m에 달하고 깊이 3.5m로 평소에는 침수 피해가 전혀 없던 곳이다.

이곳은 올림픽 당시 관중 수송 승하차장 조성을 위해 하천을 가로지르는 개비온(망태에 돌을 채운 물막이)옹벽을 설치했다. 급격히 불어난 물이 옹벽에 막혀 역류해 인근 저지대 마을로 물길이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 김태길(79·횡계6리)씨는 “이번 피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명백한 인재”라며 “성공올림픽을 치러내고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세계적인 창피”라고 말했다. 평창군은 대관령면사무소에 재해대책상황실을 마련하고 피해 복구와 대피한 주민들에 대한 구호와 응급진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침수 피해에 대한 원인 및 현황 조사를 실시중이다. 손창환 조직위 시설국장은 “정확한 피해 원인을 규명한 후 주민들과 피해 보상 등 여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 역시 예견된 인재였다. 이날 새벽 3시께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평창동계올림픽 정선 알파인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상가와 주택이 침수, 주민 6명이 인근 리조트 등으로 대피했다. 가리왕산 일대에 시간당 30㎜의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장 시설지원 도로를 통해 물이인근 상가와 주택으로 흘러내린 것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슬로프에서 흘러내리는 빗물 등이 모이는 저류조를 갖추고 있다. 저류조 용량은 10만톤에 달해 이날 내린 집중호우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저류조로 모이는 관로는 토사 등에 의해 막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이미 올 초부터 산림청이 산사태와 침수피해 등을 경고했지만 아무런 피해 저감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도는 현재 산사태 및 집중호우 피해 예방시설을 실시설계 용역 중으로 6월 말 착공예정이다. 송창현 도 올림픽운영국 설상시설과 설상1담당은 "이달 중순까지 슬로프에 눈에 녹지 않아 중장비 진입이 어려워 피해예방시설 착공을 위한 토목공사에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우·김영석·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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