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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폭격때 헤어진 부친…제발 기일이라도”

이산가족 최 할머니의 사부곡

원산 유학길 16세때 6·25발발

정리 마친후 오겠다던 아버지

80대 되도록 생사 소식 없어

“원산 폭격 당시 헤어진 아버지 기일만이라도 알았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최일선(83·속초) 할머니는 1950년 원산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아버지와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원산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6·25전쟁이 발발했다. 시내는 종일 폭격이 계속됐다.

최 할머니는 아버지의 지인들과 피난길에 올랐다. 밤에는 숨어지내고 낮에는 쉼 없이 걸어 5일 만에 고향인 양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정리를 마친 후 뒤따라가겠다고 했으나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당시 할머니는 16세 소녀였다.

“안녕하세요. 강원일보 최기영 기자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린 22일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하자 할머니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며 흐느꼈다. 70여년을 만나지 못했으나 잊지 못할 아버지의 이름은 '최귀영'이었다.

최 할머니는 수년 전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했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접었다. 아버지가 생존해 있다면 올해 106세다. 유일한 소원은 아버지에 대한 실낱같은 소식이라도 듣는 것이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 누구보다 건강하게 살고 있다. 80대 고령이지만 현재 경동대 항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할머니는 “생사라도 알았으면… 돌아가셨다면 기일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도내 이산가족은 3,440명이다. 생존 이산가족의 22.7%는 90대, 41.5%는 80대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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