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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고 30분前 서울 관제사 깜짝놀라 “큰일났네, 이거” 엉뚱한 대응 중 열차 출발 … 5분 후 “탈선했다고요?”

강릉선 KTX사고 녹취록 분석

신호감지기 회로 연결 뒤바껴

멀쩡한 선로서 이상신호 감지

속보=강릉선 KTX 사고(본보 지난10일 1면, 11일 2면, 12일자 5면 보도)전후 코레일 직원들의 교신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12일 공개됐다.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와 강릉역, 강릉차량기지, 열차 등 4곳 간의 교신은 이상 신호 감지에서부터 엉뚱한 대응,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믿을 수 없다는 반응 등 현장의 생생한 내용이 담겨있다.

코레일의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날인 지난 8일 오전 7시7분 강릉차량기지 관제사가 “선로전환기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고 보고한다. 이에 서울 관제사는 깜짝 놀란 듯 “큰일 났네, 이거”라며 8시13분 서울에서 강릉으로 출발할 차량과 이후 강릉역에서 서울로 출발할 8시30분 차량을 걱정한다. 이들은 차량기지 쪽 선로전환기를 점검하기 위해 강릉역 역무원을 현장에 급파하기로 한다. 서울 관제사는 선로제어기의 '수동취급'까지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는 사이 이미 강릉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7시30분 열차는 '출발 감속'을 외치고 출발, 5분 뒤 사고를 당한다. 탈선 뒤 기장은 “분기선에 가다가 열차가 탈선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한다. 이에 강릉역 관제사는 믿기지 않는 듯 “806열차,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물었고, 강릉기지 관제사도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806열차가 올라가다가 탈선했다고 합니다. 기지에서 뭐… 진로를 만진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신호감지기의 회로가 뒤바뀐 채 연결됐기 때문이었지만, 사고 당일 오류 메시지가 뜬 것은 실제 운행노선이 아니라 반대편 차량기지~강릉역 간 노선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의 교통센터와 강릉역, 강릉 차량기지 등 관제사들은 '강릉~서울 간 운행열차'가 아니라 '차량기지에서 강릉역으로 이동할 열차'문제로 알고 헛심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강릉선 KTX는 관제사들로부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강릉역에서 무심히 출발했다 속절없이 사고를 당했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사고 28분 전에 고장 신호가 감지돼 조금만 더 현장에서 판단을 잘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열차를 중지시키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제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릉=정익기·조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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