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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가족 구하러 불길 속으로 …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원주시 가곡리 주택서 불

화재 직후 대피한 50대 가장

가족들 창문으로 대피 모른채

딸·사위 구하려다 참변

50대 가장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다시 불길로 뛰어들었다 목숨을 잃었다. 이웃들은 시골마을의 대소사를 앞장서 챙기던 그의 '비보'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17일 새벽 1시34분께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의 한 고물상 내 주택에서 불이 나 박모(52)씨가 숨지고 부인 김모(53)씨가 오른쪽 발바닥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숨진 박씨는 화재 직후 몸을 피했으나 불이 난 주택 내부에 딸과 사위 등 가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소화기를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미 창문을 통해 집 밖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경찰은 가족들의 증언과 주변 CCTV를 통해 이같은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박씨는 불이 꺼진 후 거실 한쪽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씨와 10여 년간 형제처럼 지냈다는 원영오 가곡2리 이장은 “눈이 오면 마을에서 가장 먼저 트랙터를 몰고 제설에 나서던 착한 동생이었다”며 “평창이 고향인 그는 마을에 정착한 뒤 늘 솔선수범하며 마을 일을 돕던 사람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화재는 100여㎡ 면적의 주택 1개 동과 컨테이너 1개동을 태우고 40여 분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원주=정윤호기자 jyh89@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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