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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집에서 밥이나 하지” 폭언·희롱에 무방비

불안에 떠는 여성 택시기사들

도내 150명 … 막말·외설 시달려

사납금 채우려 강력 대응도 한계

춘천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39년차 홍모(여·62)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밤 늦은 시간에 남성 취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도중 자신이 여성 운전자라는 것을 알고 내릴 때까지 비아냥 섞인 폭언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취객은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하러 운전을 하느냐”“나이 들어서 운전을 하니까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등의 말을 10여분간 계속했다. 홍씨는 “취객들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는다”고 했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을 계기로 여성 택시기사의 노동 환경 열악성이 드러나고 있다.

도에 따르면 도내에 등록된 여성 택시기사는 총 150명으로 법인택시 운전자 수의 약 2.83%, 개인택시 운전자 수의 약 1.21%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이 빈번하게 마주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성희롱과 언어폭력. 야간 근무 시 남성 취객으로부터 막말이나 외설, 모욕적인 언행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지만 사납금 등 팍팍한 노동 환경 탓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5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장모(여·63)씨도 얼마 전 뒤따라오던 차량의 남성 운전자로부터 신호대기 중 “여자니까 그따위로밖에 운전 못 하지” 등의 폭언을 들었다. 장씨는 “여성 기사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차량 내 차벽 설치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새벽 4시30분께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를 지나는 택시 안에서 김모씨가 술에 취재 여성 기사 이모씨를 주먹으로 마구 때린 후 도망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박서화기자 wiretheasia@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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