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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훈련중 車사고 형사·민사 책임까지 떠안는 軍 운전병

`복무 중 교통사고 개인이 피해보상' 제도 개선 요구 잇따라

운전중 '군인 대 군인' 사고땐

보상 제외돼 사실상 무보험

靑 국민청원 게시 열흘만에

1만3천여명 동의 법개정 촉구

군부대 “현행법상 문제 없어”

“군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하면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고 민사소송까지 진행되는 현실이 참담할 뿐입니다.”

군부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하다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국가가 아닌 개인이 합의금 등 피해 보상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내 부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병사의 아버지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운전병 입대, 훈련 중 사고, 형사재판, 그리고 민사재판 진행 중'이라는 청원을 게시했다. 열흘이 지난 26일 오후 1만3,165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A씨가 소개한 사연은 이렇다. 도내 모 부대에서 복무하던 아들 B씨는 전역을 불과 4개월 앞두고 통일훈련에 참가해 군용화물 트럭을 운전하던 중 핸들을 우측으로 돌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갑자기 우회전하면서 통제관으로 훈련에 참가한 부사관이 트럭에 치였고, 후송 중 숨졌다.

B씨는 전역 후 재판을 통해 형사 처벌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민사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군부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군인 대 민간인 사고'는 보험사가 보상하도록 돼 있지만, '군인 대 군인 사고'는 보험사의 보상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형사 재판으로 형사합의금, 변호사 비용 등을 이미 부담했고 만약 민사소송에 패한다면 변호사와 재판 비용 등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운전을 하게 하고 특히 훈련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운전병이 모든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인제 모 부대 레토나 운전병 C씨도 훈련 중 차량이 도로 옆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냈다. C씨의 부모는 사고 후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운전병 아들이 교통사고 가해자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지 않으려면 함께 타고 있다 부상을 당한 사병 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합의금을 지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에 아들을 입대시킨 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댓글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제 아들도 운전병인데 시키고 싶지 않다”, “군복무 중 발생한 교통사고 보상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전가하는 게 과연 정상이냐”는 비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군부대 관계자는 “현행법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민 정서상 이 같은 상황이 법의 사각지대로 느껴질 수는 있다”고 했다.

심은석기자 hsil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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