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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기획-이곳이 핫플레이스]하늘 맞닿은 그곳에 `천상의 화원'

봄내음 그윽 `정선 함백산 만항재'

◇정선 만항재 ◇만항재 하늘숲공원. ◇만항재에는 이른 봄부터 야생화가 만발한다. ◇만항재 표지석 ◇수마노탑(사진위쪽부터)

해발 1,330m 차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하늘아래 첫 고갯길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

복수초·한계령풀·양지꽃·노루귀·얼레지

지천에 깔린 야생화 화려한 자태 뽐내

인근에 삼탄 아트마인·사북석탄역사체험관

광부의 삶 재현…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

부처 진신사리 봉안 5대 적멸보궁 '정암사'

보물 제410호 '수마노탑' 국보 지정 앞둬

완연한 봄을 맞은 여행길은 언제나 설렐 수 밖에 없다. 봄 향기 그윽한 날, 정선 함백산 만항재로 떠나보자. 청정 자연 속에서 마음껏 피톤치드를 마시며 걸어도 좋고, 차를 타고 다녀도 좋은 핫플레이스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국내 희귀 야생화가 지천에 깔려 있고, 겨울에는 눈꽃이 만발하는 풍광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야생화 만발, 만항재=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영월군 상동읍이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고한읍 상갈래교차로에서 시작하는 414번 지방도를 따라 오르면 해발 1,330m 만항재에 닿는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고개다. 이 높은 곳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닦여진 까닭은 그곳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과 각 방송국 송신소, 이동통신회사 기지국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올라 만항재 정상에 도착하면 첩첩이 이어지는 고산준봉이 발 아래서 파도처럼 물결친다. '금세 사라지고 말 것 같은 봄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로 꼽히는 '하늘 아래 첫 고갯길' 만항재에서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을 듯하다.

만항재가 보여주는 풍경이 그만큼 장쾌하고 근사하다. 길은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고한과 태백으로 각각 8㎞씩 이어지며, 가끔은 180도 이상 휘어지는 구절양장(九折羊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왕이면 고한에서 올라 화방재 방면으로 내려가면 드라이브 코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정상 부근의 낙엽송 군락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고, 내려갈 때는 태백산 봉우리가 눈 앞을 가득 채운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한밤에 이곳을 찾아 별무리를 만나고,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는 새벽 짙은 운무가 만들어 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다. 걸어서 가는 봄 여행이라면 만항재가 왜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지 바로 알아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고갯마루에 지천으로 깔린 아름다운 야생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때문이다.

만항재 정상에 오르면 고한읍에서 세운 '백두대간 만항재' 푯돌이 있고, 도로 양쪽이 '천상의 화원'과 '하늘숲 공원'으로 나뉜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낙엽송 사이로 햇살마저 비친다면 산책하는 동안 신선이 부럽지 않다. 색색으로 물들인 얼레지와 은방울꽃 현호색,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중의무릇, 처녀치마, 왜미나리아재비, 한계령풀, 양지꽃 등 이름도 정겨운 야생화들이 높이 치솟은 낙엽송과 대조를 이루며 '천상의 화원' 이름 값을 한다. 여름엔 둥근이질풀, 동자꽃, 말나리 등 수십 종이 넘는 야생화가 넘실거린다. 늦여름엔 자주색 꽃들이 한데 뭉쳐있는 자주꽃방망이를 비롯해 샛노란 마타리, 자줏빛 중근이질풀, 연자줏빛 노루오줌과 긴산꼬리풀이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본격적인 가을에 들어서면 흔히 들국화로 불리는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가 만발하고, 투구꽃, 흰진범, 촛대승마도 앙증맞게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겨울엔 눈꽃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광부들의 삶과 함께한 만항재=천상의 화원은 야생화가 만발하기 전엔 목장이었다. 고한읍에 삼척탄좌가 생기고, 광부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만항재에 목장을 만들었지만 목장은 실패하고 허허벌판이 됐다고 한다. 현재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것은 목장이 문을 닫은 뒤 고심 끝에 탄광에 쓰일 갱목을 만들 용도로 낙엽송을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항재에서 내려가는 길에 삼탄아트마인(옛 삼척탄좌)과 사북석탄역사체험관(옛 동원탄좌)이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 운영 당시 종합 사무동으로 쓰이던 공간을 탄광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다. 사북석탄역사체험관은 2004년 문을 닫은 동원탄좌의 기억을 되새겨 보는 공간으로, 5공화국이 시작될 무렵 광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근로자복지회관과 광부종합욕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국보 승격을 앞둔 정암사 수마노탑=만항재에서 고한읍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정암사를 거쳐야 한다.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절 뒤편의 가파른 산비탈에는 고려시대 이전에 벽돌 모양 돌로 쌓은 탑이자 부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탑인 보물 제410호 수마노탑이 세워져 있다. 이 수마노탑은 문화재청이 23일부터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지정예고를 한 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국보로 승격할 예정이다. 수마노탑은 적멸궁 뒤편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닿는다. 통상 탑은 본존불을 봉안한 건물인 금당(堂) 앞에 배치하지만, 수마노탑은 첩첩한 산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홀로 섰다. 쇠퇴한 산천 기운을 북돋우는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과 사리신앙 때문에 높은 암벽에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선군이 지난해 1,500년 전 자장율사의 숨결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정암사 자장율사 순례길(정암사~만항마을 4.2㎞)'도 조성해 트레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정선=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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