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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야생화 천국 정선]하늘 맞닿은 만항재에 활짝 핀 '花려한 여름'

◇함백산야생화축제-만항재, 정선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모습, 함백산 전경.

해발 1,330m 차로 오르는 가장 높은 고개

휴가철 가족·연인과 드라이브 코스 추천

8일부터는 함백산 야생화축제도 펼쳐져

산상 뒤덮은 꽃대궐·울창한 숲 보며 힐링

꽃길로 변한 탄광촌 골목길 '고한18번가'

22일부터 두 번째 정원박람회 개최 눈길

■야생화의 천국, 만항재 천상의 화원=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고개다. 이 높은 곳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닦인 까닭은 그곳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과 각 방송국 송신소, 이동통신회사 기지국 등이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올라 만항재 정상에 도착하면 첩첩이 이어지는 고산준봉이 발 아래서 파도처럼 물결친다.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로 꼽히는 만큼 '하늘 아래 첫 고갯길' 만항재에서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을 듯하다. 만항재가 보여주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쾌하고 근사하기만 하다. 길은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고한과 태백으로 각각 8㎞씩 이어지며, 가끔은 180도 이상 휘어지는 구절양장(九折羊腸)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올라갈 때는 정상 부근의 낙엽송 군락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고, 내려갈 때는 태백산 봉우리가 눈앞을 가득 채운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한밤에 이곳을 찾아 별 무리를 만날 수 있고,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라면 새벽 짙은 운무가 만들어 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고갯마루에 지천으로 깔린 아름다운 야생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하늘도 가릴 만큼 울창하게 자란 숲이 더위는 금세 잊게 해준다.

더욱이 8일부터는 함백산야생화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펼쳐지는 산상의 화원과 하늘숲정원, 야생화공원에는 둥근이질풀, 동자꽃, 말나리 등 수십 종이 넘는 야생화가 넘실거린다. 늦여름엔 자주색 꽃들이 한데 뭉쳐있는 자주꽃방망이를 비롯해 샛노란 마타리, 연자줏빛 노루오줌과 긴산꼬리풀 등이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함백산야생화축제는 자연의 나눔과 치유를 이야기하며, 야생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식용성, 약리성을 알려 폐광도시에서 웰빙관광지로 만드는 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함백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숲속 작은 음악회, 숲속 카페, 먹거리 장터, 추억여행 등 야생화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방도가 나 있는 함백산 만항재, 낮 최고기온이 20도에 불과한 해발 1,330m에서 무더위와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시원한 여름밤의 축제로 씻어내 보자.

■야생화 가득, 골목길 정원박람회=석탄합리화사업 이후 폐광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탄광촌의 낡고 허름했던 골목길이 장장 1㎞가 넘는 화려한 야생화 꽃길로 다시 태어났다.

정선군 고한읍 '고한18번가'가 그 기적을 일으킨 골목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고한18번가는 주민들이 직접 무채색이던 골목길을 형형색색 개성 어린 예쁜 야생화 정원으로 꾸며내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로 만들어 가고 있다. 신지 않는 작업화와 운동화에도 흙을 담고 야생화를 옮겨 심었고, 낡은 수납장은 멋진 화분 받침대가, 버려진 기타에는 한 포기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식당에서 쓰던 녹슨 화로나 손님이 찾아가지 않은 세탁소의 청바지도 멋진 조형물과 소품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을 거쳐 고한18번가는 지난해 7월 대한민국 최초로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함백산야생화축제 기간과 맞물려 철저한 방역 속에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정원박람회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때 고한18번가 골목길을 찾아도 야생화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마을호텔 18번가부터 산촌마을까지 이어지는 1㎞ 골목길은 톱풀, 구절초, 기린초, 동자꽃, 바늘꽃 등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들로 채워졌고, 벌써부터 아름다운 정원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관람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골목길 정원박람회에서는 골목 사진전, 화분 만들기 체험, 돗자리 영화관, 야생화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친다. '내가 만드는 생활정원'이라는 콘셉트로 미니화분을 직접 만들어 보는 '마이크로 가드닝' 프로그램은 박람회에 참가한 관람객들에게 인기 코스다.

야간에는 전통한지공예의 명장 곽화숙 선생을 모시고 주민들이 직접 배우고 만들어 낸 LED 야생화 공예작품들이 골목길을 가득 메우고 반짝반짝 아름다운 수를 놓을 예정이다.

고한18번가 골목길을 찾은 여행객들은 탄가루 날리던 지저분하던 하나의 골목이 '변화'를 시작해 고한읍, 정선군, 폐광지역 전체로 번져 가는 아름다운 기적을 마주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선=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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