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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물폭탄 덮친 강원]물 빠지자 진흙펄로 변한 마을 참혹…지뢰 유실에 긴장감도

르포 -폐허로 변한 철원 이길리·정연리

◇6일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육군 3사단 장병들이 유실 지뢰 탐지 및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은 같은 날 철원군 이길리와 정연리의 수해 복구가 시작된 가운데 한 축산농이 잃어버렸던 소를 찾아 축사로 옮기고 있다. 철원=신세희기자

논 한가운데 컨테이너 쓸려오고 … 벽면들 무너지기 일보 직전

감전 겁나 전기도 못 쓸 판 … 軍 즉각 北 목함지뢰 탐지 돌입

6일 오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진흙펄로 변한 골목 한가운데에는 냉장고와 짝을 잃은 구두가 널브러져 있었고 마당 한가운데까지 쓸려나온 프로판 가스통은 금세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워 보였다.

지난 5일 21년 만에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마을 전체가 잠겼던 이길리 마을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성인 턱 높이까지 치고 들어온 강물로 80여가구의 주택 내부는 모든 집기가 뒤엉켜 있었다. 마을 논 한가운데에는 원래 있을 곳을 떠난 컨테이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인근 마을인 갈말읍 정연리의 한 축산농가는 2㎞ 아래 이길리까지 떠내려 온 소를 찾아 다시 옮겨 가기도 했다.

전날 긴급 대피했다가 물이 빠지자 아침 일찍 마을로 돌아온 30여명의 이재민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벽면 사이에 삼삼오오 모여 한결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주민 이윤희(여·43)씨는 “신속하게 대피를 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엉망이 된 가재도구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감전이 될까 봐 누전차단기도 못 올리고 있다”며 울먹였다.

이길리에서 50여년을 살았다는 김두식(73)씨는 “1996년엔 지붕까지, 1999년엔 허리까지 물이 차더니 이번엔 턱까지 찼다. 이제 비가 한 번만 더 오면 마을 전체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30여가구가 침수 피해를 본 정연리는 특히 제방 인근 구 정연리에 위치한 농가 피해가 컸다. 정연리는 1996년 물난리를 겪은 후 이뤄진 집단 이주 계획에 따라 90여 가구 중 52개 가구 주민이 인근 높은 지대(신 정연리)로 이사를 했다. 그 당시 옮기지 않은 구 정연리 주민들이 이번 범람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로 인해 비닐하우스 2개 동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눌러 앉았고 무너져 내린 제방에 일부 논밭이 매몰되기도 했다. 천만다행인 것은 축산농가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다. 현재 두 마을 20여 가구에서 10~40여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지만 두 번의 범람을 겪은 축산농가들은 모두 높은 지대로 우사를 옮겨 이번 침수 피해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범람으로 한탄강을 따라 북한의 목함지뢰 2개가 떠내려오면서 접경지역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군 당국은 6일 즉각 위험구간에 대한 주민 접근을 통제하고 추가적인 지뢰 탐지에 돌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지역에서 유입된 강물이 마을을 덮친만큼 지뢰 등 위험물에 대한 탐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이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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