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이모씨 가족 사고 전 이씨 차량 블랙박스 내용 공개 후 경찰 제출
이씨 “휴가중인데 일하러 간다… 미치겠네…혼자만 징계 먹고…”등 혼잣말 담겨
민간업체 가족 “소양강댐 방류하니 인공수초섬 안전하게 관리해주세요”라는
시청공무원 문제메시지 공개… 사실상 인공수초섬 고박 지시한 것 주장
속보=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인한 실종사고(본보 지난 7일자 1·2·3·10면 보도)가 춘천시의 지시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암시하는 블랙박스 영상과 문자메시지, 실종자 가족의 증언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향후 사고경위를 밝히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실종된 춘천시공무원 이모씨 차량 블랙박스 “휴가중인데 일하러…미치겠네…혼자만 징계먹고”
실종자 중 한 명인 춘천시청 공무원 이모(32) 주무관의 가족은 8일 춘천시 남산면 경강교 인근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경찰에 제출한 이 주무관 차량의 사고당일 블랙박스에 “저 휴가 중인데 어디에 일하러 간다”,“중도 선착장 가는 중이다”는 이야기가 담겼다고 밝혔다.
상사 등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대화 내용으로, 자의적으로 나간 것이 아닌 이유라고 의심했다. 이 씨 가족은 “왜 휴가 중인 사람을 불러내서 투입했고, 그 지시(수초섬 고정 작업)를 누가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배에 오르기 몇 분 전 이 주무관이 혼잣말로 “미치겠네. 미치겠어”,“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또한 자발적인 근무자의 말이라고 볼 수 없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가족은 또 “사고 당일 차 안에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대화를 나눴다”며 “이 말 자체가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듣고 전달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주무관은 사고 전날인 5일에도 수초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부인과 함께 잠시 현장에 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는 업체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고 이 주무관은 부인에게 “계장님이 민간업체를 불러놨다.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업체 관계자의 사고 또한 시청 담당부서와의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춘천시 소양강댐 방류에도 문자메시지로 인공수초섬 안전관리 요청
이날 실종된 민간업체 관계자의 가족은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인공수초섬 고정작업을 사실상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지난 5일 오후) 3시부터 소양댐 방류하오니 인공수초섬 안전하게 관리해주세요~~~”라고 담겼다.
또 다른 민간업체 관계자 가족은 “집중호우가 이어져 춘천댐과 의암댐이 방류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 3일에도 수초섬에 작업을 나갔다”며 “이번 사고는 소양강댐 방류 전부터 진행된 작업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찰정을 운전했던 이모 경위의 가족은 “춘천시에서 112신고를 하여 출동하게 한 것도 상황 판단 미숙으로 인해 이뤄진 것 아니냐”며 격분했다.
■경찰 “블랙박스 문자메시지 휴대폰 등 확보 정확한 경위 조사중”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과 문자메시지, 실종자와 가족의 통화내용이 담긴 휴대폰 및 담당공무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 어떤 법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묻거나 책임을 지도록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수색본부는 지난 7일 오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 강변에서 발견된 경찰 순찰정 인양을 하루만인 이날 낮 12시 45분께 완료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30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춘천시가 의암호에 조성해 놓은 인공수초섬이 폭우로 인해 떠내려가자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시청 행정선과 수초섬 관련 민간업체 보트, 경찰정이 출동했다.
이들 3척의 선박에 탑승했던 8명 중 2명이 탈출 또는 구조되고, 1명은 사망했으며 춘천시 공무원 이모씨와 춘천경찰서 이모(55)경위 등 5명은 실종됐다.
심은석·이무헌·권순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