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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삼척 해안절경에 문 닫은 대형 숙박시설 6년째 방치

집중기획-동해안 천혜 경관이 사라진다

◇삼척 펠리스호텔은 새천년도로 초입인 삼척시 정하동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고 있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호텔은 2011년 법원에 제출한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2013년 경매에 나와 지금까지 매각되지 못한채 그대로 남아있다. 삼척=권태명기자

절벽 정상 우뚝 솟은 '펠리스호텔' 2014년 폐업 후 그대로

사실상 고층건물 불가 지역 편법 써 세웠지만 흉물로 남아

인근 중형 호텔도 공사 중단돼 17년째 빈 건물만 덩그러니

삼척 새천년도로는 해안절벽을 따라 개설된 동해안의 대표 드라이브 명소다. 그러나 절경의 해안절벽에는 대형 숙박시설이 수년간 영업을 하지 않고 방치돼 경관을 해치고 있다. 해안 자연녹지지역에 고층 개발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까지 적용하면서 고층건물을 지었지만 결국 과욕은 천혜의 경관 파괴라는 결말로 이어졌다.

■천혜 해안절경의 폐허=삼척시 정하동 새천년도로 해안절벽 정상, 지상 10층 높이에 객실 100여개를 갖춘 대형 숙박시설이 문이 굳게 걸린 채 방치돼 있다. 이 호텔은 인근 1㎞ 반경에 지상 5층 이상의 건물이 없어 유독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호텔의 외벽은 녹슬고 마감재가 떨어져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막혀 있는 호텔 입구 안쪽 주차장에는 가구와 온갖 집기류가 나뒹굴어 주변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이곳은 2002년 문을 열었으나 2014년 폐업, 6년째 방치 중인 삼척 펠리스호텔이다. 해안절벽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아 최상의 입지를 갖췄지만 폐허가 된 지금은 경관 파괴의 주범이 됐다.

펠리스호텔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절벽을 내려오면 해변과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지상 7층 규모의 폐건물이 또다시 눈에 들어온다.

2003년 공사가 중단된 객실 56개 규모의 중형 규모 호텔이다. 건물의 골격은 갖췄으나 내부는 텅텅 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17년째 방치되고 있다.

■과욕과 예외조항이 부른 난개발=삼척 펠리스 호텔이 들어선 해안절벽은 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다. 건축물을 지을 때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 20%,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 100%의 규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대지가 100㎡라면 20㎡에만 건축물을 지을 수 있고, 연면적은 대지면적과 같은 100㎡만 허용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이 호텔은 2000년 초 인허과 과정에서 주차장을 최대한 넓게 조성하는 방식으로 대지면적을 넓혀 건축면적을 확대했고, 층수도 10층까지 높이는 편법을 썼다. 여기에 삼척시도 도시계획조례상 자연녹지지역에 건축 시 4층 이하로 규제하고 있었음에도 이 호텔에 대해서는 조례보다 상위법인 관광진흥법에 따라 10층으로 허가를 받았다며 건축 허가를 내줬다.

■행사로 경관 보호 무용지물=당시 삼척시는 세계동굴엑스포 개최를 위해 대형 숙박시설 유치에 열을 올릴 때였다. 경관 및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지정한 자연녹지지역이 눈앞의 행사를 이유로 사실상 무력화된 사례다. 삼척 펠리스호텔은 6년 이상, 인근의 7층 규모 공사 중단 호텔은 17년째 방치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도 없다.

삼척시 관계자는 “천혜의 해안경관에 대형 숙박시설이 운영을 중단하고 방치돼 시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크지만 엄연히 소유주가 있는 사유시설이다 보니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삼척=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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