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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춘천 캠프페이지<옛 미군기지> 이번엔 화학물질 매립 의혹

◇8일 춘천 옛 캠프페이지에서 진행된 토양 오염 관련 트렌치 조사에서 화학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폐드럼통이 무더기로 나왔다. 신세희기자

부실 정화 논란 속 주변 지역 토양오염 재검증 굴착조사

아스팔트유 추정 폐드럼통 9개 발견…시료 채취 분석 돌입

속보=춘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의 부실정화 문제가 이번에는 화학물질이 담겼던 것으로 추정되는 폐드럼통의 무더기 발굴과 함께 기준치를 초과한 토양오염도 추가로 확인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 본보의 춘천 미군부대 토지 오염 의혹 첫 보도(2020년 5월6일자 1면) 이후 민간검증단 등이 토양조사를 위해 캠프페이지 내에서 땅을 파기만 하면 폐기물이 쏟아지고 오염이 확인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부지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조사와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양오염 재검증 용역을 수행하는 강원대 토양분석센터가 8일 캠프페이지 내에서 트렌치 조사(굴착조사)를 벌인 결과 옛 활주로 인근 땅속에서 폐드럼통 9개가 나와 오염토양 시료를 채취, 분석에 들어갔다. 트렌치 조사는 선을 따라 굴착기로 땅을 파내 지층의 단면과 토양성분 등을 살피는 방법으로, 현재 430곳에서 점 단위로 병행 중인 시추공 조사에 비해 광범위한 오염 식별이 가능하다.

이날 센터 측이 10년 전 정화가 이뤄진 중점오염지역 인근에서 발견한 폐드럼통 겉면에는 '아스팔트 MC-3'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춘천시는 폐드럼통 안에 아스팔트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굴착기가 파낸 토사는 검고 끈적한 타르 덩어리가 묻어 나왔다. 조사 지점에서는 유류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진동해 조사팀이 현장에서 산업용 방진 마스크를 나눠 쓰기도 했다.

현장을 지휘한 강원대 토양분석센터 이상필 박사는 “정화가 끝났다고 보고된 곳에서 불과 1~2m 떨어진 땅 속에서 폐기물이 나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준치를 넘어선 토양오염 지점 3곳도 새롭게 확인됐다.

추가된 3곳은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636~761㎎/㎏으로 환경기준 500㎎/㎏을 상회한다. 앞서 지난 1일에는 TPH 농도가 환경기준치 대비 14배 많은 오염지도 식별됐다.

춘천시와 국방부, 시민대책위원회 등으로 꾸려진 민간검증단은 다음 달까지 재검증 용역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오염 물질과 다량의 폐기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조사 기간 연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캠프페이지 부실정화 파문 초기부터 전수조사 필요성을 강조해 온 녹색연합은 빠른시일 내 현장을 찾아 오염 물질에 대한 분석에 나서기로 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재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힐 일들이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인해 전국 80곳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정윤호기자 jyh89@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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