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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우리 문화의 발원지…천상의 화원 속에 숨쉬고 있었네

(15) 명품하늘숲길 물뿌리코스

◇석회암 연못인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태백,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를 거쳐 서해까지 514.4㎞를 흘러 서해로 간다. 김남덕기자 ◇검룡소 입구에 펼쳐진 낙엽송(일본잎깔나무)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 멋진 풍광을 만들고 있다. ◇검룡소 입구에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이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 멋진 풍광을 만들고 있다. ◇검룡소 통제소 부근의 다람쥐가 사람 손에 먹이를 들자 다가오고 있다. ◇검룡소 가는 길에서 만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식물인 대성쓴풀.(사진위쪽부터)

두문동재서 출발해 분주령~검룡소 6.7㎞ 구간

여유가 있다면 '대덕산' 찍고 오는 코스도 추천

태백산국립공원 지역이라 입산 자유롭지 않아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사전 탐방' 예약해야

정암사 창건 시 금탑 묻었다는 전설 서린 금대봉

1억5천만년 전 생성 한강 시작되는 검룡소 만나

명품하늘숲길 4구간(해맞이코스)의 날머리는 공식적으로는 금대봉이지만 두문동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 은대봉에서 내려오던 길에 보이던 찻길(구 38번 국도), 도깨비도로(본보 지난 19일자 20면 보도)가 지나치고 쉼터도 있어 여러모로 산행 스케줄 꾸미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대로 금대봉으로 직행하게 된다면 두문동재 쪽으로 다시 되돌아오거나 계속 걸어 검룡소까지 내려가야 산행을 매조지할 수 있다. 말하자면 4구간의 마지막 지점이 산중(?)인 점을 감안해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는 4구간의 끝과 5구간(물뿌리코스)의 시작을 금대봉이 아닌 두문동재로 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게 트레킹 마니아들의 조언이다. 두문동재 쉼터에서 시원한 커피로 목도 축였으니 다시 산행에 접어들 시간이다.

# 사람과 마을을 잇던 길=5구간 물뿌리코스는 두문동재에 위치한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분주령과 검룡소(6.7㎞)까지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시간이 조금 넉넉하다면 대덕산을 찍고 검룡소(9.3㎞)까지 4시간가량 걸리는 구간을 선택해도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 차가 존재하니 컨디션을 감안해야 한다. 구간은 태백산국립공원지역에 편입된 곳으로 입산이 자유롭지 않다. 이 구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야생화 탐방 산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해당 구간에 대한 산행은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올해는 4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곳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넉넉잡고 한 달 전, 최소 3일 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reservation.knps.or.kr/main.action)에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예약을 했기 때문에 금대봉 올라가는 초입 지원센터에서 탐방허가증을 받아 목에 둘러메고는 곧바로 길 위에 다시 올랐다. 날씨는 당장이라도 비가 올 듯 흐릿하지만 해가 가려져 산행은 오히려 상쾌한 느낌이다. 춘천에서는 지난달에 피었던 함박꽃이 한창이다. 걸음을 옮길수록 앵초와 수국, 금꿩의 다리가 안개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서로 다른 이름의 야생화의 향연이 이어지는 기분 좋은 언덕길이다.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 파헤쳐 놓은 흔적들도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 어느 산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이곳에도 멧돼지의 개체 수가 많은 듯 보인다.

# 산, 사람을 품다=금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안개가 스스륵 땅 밑으로 깔린다. 무슨 큰 비밀이라도 품고 있는 듯 신비로운 풍광이다. 그러고 보니 '금대'는 신(神)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길을 타고 700m 정도를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탐방예약제 운영 구간으로 바로 진입하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금대봉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금대봉에 금탑을 묻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실제 금을 캐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니 고민 없이 오른쪽을 택한다. 얼마를 걷지 않아 금대봉에 도착했는데 정상석이 앙증맞은 은대봉 정상석과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금대봉 정상엔 야생장미가 수줍게 피어 있었다. 이쪽에 보이는 건 '생열귀'인가. 짐작하며 바라보는데 자세히 보니 '정선인가목'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다. 두 종을 구분하는 것은 얇은 식물분류 지식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역부족이다. 그냥 들장미로 통칭하고 싶다. 장미과의 이 식물은 우리지역의 특산종으로 깊은 강원 산간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정선은 이 식물을 자원화하기 위해 '정선 생열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술과 향수 등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강원인들은 과거 화전민 시절부터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문화를 만들어 왔다. 산은 생명이고 삶이고 문화였다. 예나 지금이나 산은 강원인들에게 양식과 주거지를 제공하고 있다. 해발 1,400m 능선을 따라 펼쳐진 등산로는 걷기 좋다. 점점이 박힌 집들이 정겹다. 고원을 걷는 이 길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주변 풍광은 청량감이 들게 만들며 산행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 강원의 산과 물은 문화다=금대봉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매봉산 방향으로 향하게 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분주령을 지나 대덕산, 검룡소로 이르는 계획했던 코스를 탈 수 있다. 탐방허가증이 없다면 산행은 여기까지다. 금대봉을 출발해 분주령, 대덕산에 이르는 구간은 소문대로 아름다운 풍광의 연속이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화려한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닌 것 같다.

정비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걷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울창한 숲을 지나 한참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 보다가도 이내 시원한 산줄기가 눈앞에 펼쳐질 때면 청량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양옆으로 펼쳐지는 야생화 행렬은 에스코트를 하듯 이어진다. 길을 걷다 분주령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길을 틀면 바로 산 아래로 내려올 수 있고, 그대로 앞으로 나가면 대덕산을 지나 산행을 더 이어갈 수 있다. 길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은 그대로 검룡소로 향한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명승 제73호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 90% 이상이 강원도에 있다. 그중 80%는 영월, 정선, 평창, 태백에 몰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룡소의 나이는 인류보다도 한참 선배다. 1억5,000만년 전 백악기에 만들어진 석회암동굴 연못이다.

하루 2,000여톤의 지하수가 용출되며 4계절 변하지 않는 9도를 유지하고 있다. 금대봉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서해로 514.4㎞나 이어진다.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를 가로질러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거친다.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서해로 나아간다.

물줄기는 정선아리랑을 나르고, 소나무를 그리고 사람을 싣기도 했다. 백두대간을 상징하는 강원의 문화는 이곳 산과 물에서 시작됐다. 검룡소는 그래서 한강의 발원지이자 우리 문화의 발원지다.

정선·태백=김남덕·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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