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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특집]하나둘 들어선 청년점포에 67년 전통시장 골목이 깨어났다

/ 기획 / 이곳이 핫플레이스

◇2000년 이후 침체됐던 육림고개를 중심으로한 상권에 청년상인들이 속속 둥지를 틀며 이 일대가 이색 명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김남덕기자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그 달콤 쌉싸름한 '추억'을 되새기며 우리는 웃고, 때로는 운다. '기억'이 의식 속에 남아있는 인상이나 경험의 잔상(殘像) 정도라면 '추억'에는 분명 사연이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래서 추억 언저리 그 어디쯤에는 항상 '그리움'의 정서가 따라다닌다. 우연히 그 그리움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순식간에 추억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구불구불한 어느 골목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카페, 시장통이 그런 곳일 게다.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추억을 쌓으려는 발길이 몰리고 있는 도내 시·군 '핫플레이스'를 찾아 연재한다.

1990년대 최대상권

옛 명성 기억에서 잊혀

청년상인 육성·막걸리거리 추진

먹거리·공방·잡화점 28곳 고개 채워

아날로그 향수·트렌디한 감성 공존 이색공간

주말에만 하루 평균 방문객 2천명 옛 활력 되찾아

춘천 도심 한복판. 춘천에서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중앙로다. 67년 전 춘천 최초로 들어선 중앙시장을 지나면 고갯마루가 하나 나온다. 원래 이름은 '미가리 고개' '마가리 고개'로 불렸다. 하지만 고갯길 입구에 위치한 '육림극장'이 워낙 유명해 자연스레 골목길도 '육림고개'로 불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 춘천지역 최대 상권이었던 춘천 육림고개. 그러나 2000년 이후 신도심 개발과 소비트렌드 변화로 상인들은 하나둘 고갯길을 떠났고 수많은 점포는 텅 빈 채 폐허처럼 방치됐다. 그러다 십수년이 지난 2015년. 젊은 상인 한둘이 내 가게에 대한 꿈을 안고 삭막한 고갯길에 겁없이 뛰어들었고 춘천시의 막걸리촌 특화거리사업과 청년상인 육성사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아날로그 향수와 트렌디한 감성이 공존=춘천의 도심 속 육림고개가 새로운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고갯길에 들어서면 '올드앤뉴'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래된 식품점을 지나면 청년상인들이 줄지어 차린 빈티지숍, 꽃집,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고갯길 중간에 떡하니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냉이를 튀기는 상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육림고개는 이처럼 아날로그 향수와 트렌디한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2015년 춘천시는 쇠퇴한 육림고개 재생을 위해 청년상인 지원사업을 시행했고 총 28개의 청년 점포가 들어서며 다시 생기를 찾았다. 수공예품, 먹거리 맛집이 어우러지는 프리마켓을 통해 시장의 기능이 되살아났으며 폐점포는 청년상인들의 개성이 넘치는 신규 상점으로 재탄생했다.

청년상인들은 빈티지숍, 일식, 고깃집, 중식당, 어묵, 찻집, 맥줏집, 닭갈비핫도그, 무지개식빵, 양말판매점, 한복, 잡화점, 꽃집, 주얼리 공방, 이탈리안 가정식, 카레, 요거트, 제과점, 수제잼, 막걸리 등 본인의 취향과 변화하는 소비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육림고개에 자리 잡았다. 육림고개의 완성은 수십년간 제자리를 지킨 노포들이다. 강냉이를 비롯해 메밀 전집과 올챙이국수집, 속초 만석닭강정의 맛과 비견하다고 평가받는 닭강정 판매점, 야채 도·소매점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갯길을 지킨 사람들=육림고개는 춘천 제1의 상권이었다. 춘천 최초의 극장, 동시 상영관이었던 육림극장 앞에는 노래방, 옷가게, 분식집 등 상점이 밀집했고 고갯길에는 생필품은 물론 다양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었다.

장이 열리는 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육림고개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긴 고갯길을 따라 널려 있는 점포와 좌판들 사이로 사람들이 넘쳐나며 쉽게 지나다니지도 못할 정도였다. 육림고개를 넘어 중앙시장을 지나 약사골까지 죽 늘어진 장터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당시에는 백화점 부럽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멀티플렉스 공세로 육림극장이 문을 닫고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점포들도 하나둘씩 폐점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명성은 물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잊혀져 갔다. 하루에 한두명도 오가는 이 없었지만 청춘을 바친 일부 점포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흘러 청년상인들은 백발로 변한 채 삭막한 고갯길을 지켰다.

■청춘을 함께한, 청춘을 함께할 육림고개=육림고개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지난 2~3년 전부터는 노포의 상인들과 청년 창업자들이 함께 또 각자 꿈을 꾸고 있다. 40년가량 고갯길을 지킨 올챙이국수집 조금자 사장은 시큰둥하게 “이제 더 무슨 꿈이 있겠냐. 지금처럼만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청년상인들의 포부는 크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공방을 꿈꾸는 주얼리 체험점, 추억과 감성을 파는 빈티지숍, 미국물 먹은 닭갈비 판매점, 아지트 같은 중식당, 고기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만든 샐러드점 등등. 모두 청춘을 이 고갯길에서 보낼 당찬 준비가 돼 있다. 빵집을 운영하는 권성기 대표는 “고갯길의 모든 점포가 잘 운영돼 춘천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육림고개는 주말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 2,000명, 점포당 일일 매출액 55만~80만원을 올리며 예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위윤기자 faw4939@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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