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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원로연극인들이 꼬집은 남북분단의 현주소

성황리 막내린 연극 `통일 익스프레스'

◇도내 원로연극인들이 열연한 '통일 익스프레스' 공연 사진.

연륜 스며든 연기로 통일의 현실적 문제 돌아보게 해

코로나 여파 사회적 거리두기 인해 관객 제한 아쉬워

관객은 적었지만 원로연극인들의 예술혼은 뜨거웠다.

지난 6일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는 강원연극을 이끌어온 연극인들의 공연 '통일 익스프레스'가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한 달 정도 미뤄진 공연이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았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 사이를 띄어 앉아야 해 볼 수 있는 인원이 적었다. 두 차례 열린 이날 공연을 본 인원은 30여명. 친지, 관계자 등 사전 협의된 인원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관객은 극장을 찾았다가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관객석을 두고 연극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풍자를 통해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주소를 꼬집는 작품이었다. 강원연극의 산역사인 원로예술인들이 지혜가 녹아 있는 시선이기에 더욱 납득이 갔다. 연극의 배경은 휴전선 근처 남과 북이 은밀하게 만나는 통로인 한 음식점. 이곳에서 남측의 '우보'와 북측의 '갑산'은 남에서 북으로, 혹은 북에서 남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사업을 하며 살아간다. 부모님의 유골을 고향 땅에 모시려는 자식, 이산가족을 만나려는 가족들, 북쪽의 생태를 연구하려는 연구원, 북쪽과 은밀하게 소통하려는 정부 고위급 인사 등 다양한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과 북이 교류하는 창구가 생기면서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작품은 정부의 공식적 창구가 정치 상황에 따라 진행, 중단이 반복되면서 북쪽으로 가려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져 도리어 불법인 우보의 사업이 다시 잘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1시간30여분간 진행된 연극은 정치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정책이 평화를 가로막는 것이 아닌지, 또 평화란 불법을 묵인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인지를 질문했다. 또 통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기를 팔아 온 무기중개업자, 비현실적인 논리로 통일정책을 만들어 그 정책을 조금씩 수정해 가며 먹고 살아온 인사 등 통일을 매개로 돈을 벌어온 사람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치지만 실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며 현실적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연극협회,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주관한 이번 공연에는 김학철(79·원주), 박완서(78·춘천), 장규호(71·속초), 김경태(70·춘천), 송창언(65·춘천) 연극인과 중견연극인 민경, 김자영씨가 출연했다. 연극을 마친 장규호 배우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마치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듯 동료 배우들과 연기를 한 것 같다”며 “미뤄 온 공연을 이제야 하게 돼 후련하면서도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소통을 할 관객들이 적어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박완서 배우는 “실제 남북전쟁을 경험한 입장에서 평화를 꿈꾸며 연기했다”며 “우리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긴 하지만 또 진보와 보수로 나뉜 난국시대에 살고 있기도 한데 연극을 계기로 평화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고성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러시아 우수리스크 초청 공연도 앞두고 있다.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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