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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특집]“빵도 하나 우리도 한 몸” 일평생 남북 평화·신자 위해 헌신

장익 주교 그는 누구인가

◇장익 전 천주교 춘천교구장이 지난 5일 선종했다. 6일 춘천 죽림동 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올려지고 있다, 장익 주교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많은 사업을 펼치고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강원일보사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제정한 '제1회 DMZ평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5일 오후 선종한 장익(1933~2020년·제6대 춘천교구장) 십자가의 요한 주교는 성덕과 학덕을 두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겸손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목으로 신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아 왔다.

1994년 춘천교구장 착좌 16년동안 교구 발전 위해 힘써

인터넷 사목 시도 화제…'명도학당' 개설 신자 교육 앞장

인도적 대북지원 공로 인정 제1회 DMZ평화상 대상 수상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장면(요한) 전 총리와 김옥윤(마리아) 여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장 주교는 미국 메리놀대 인문학과(1956년), 벨기에 루뱅대 대학원 철학과(1959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대학원 신학과(1963년)를 졸업하고 1963년 3월30일 오스트리아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서울대교구장이던 김수환 추기경의 비서신부와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자문위원, 서강대 종교·신학과 부교수, 서울대교구 사목연구실장, 서울 세종로성당 주임신부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1984년 방한을 앞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어 스승으로, 교황이 유창한 한국어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도록 직접 한국어 교본을 만들어 가르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었다. 이어 1988년 10월에는 교황 특사 자격으로 평양 장충성당을 방문해 첫 미사를 봉헌했고, 이듬해 열린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 4개 국어를 메모 없이 연달아 동시 통역해 주위를 놀라게 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1994년 12월14일 제6대 춘천교구장에 착좌한 장 주교는 16년 동안 춘천교구장으로서 교구민들의 목자로 헌신하면서 교구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경로사목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의 문화 정체성까지 내다본 문화사목, 교구 내 관광지가 많은 점에서 착안한 관광사목, 교구 내 넓은 지역을 감안한 인터넷사목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2002년부터 춘천교구 내에 신자들을 위한 신앙학교인 '명도학당(明道學堂)'을 개설해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성서교육을 진행하면서 교구 신부들과 교수로 나서는 등 신자 재교육을 위한 일에도 열의를 보였다.

2005년 북한 함흥교구장 서리를 겸하게 된 장 주교는 유일한 분단교구인 춘천교구의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사목표어 '하나되게 하소서'를 재임기간 온몸으로 실천했다.

장 주교는 1997년부터 북강원도 주민과 신도들을 돕기 위한 나눔실천 운동 '한솥밥 한식구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당시 '빵도 하나 우리도 한 몸'이라는 호소문을 통해 “그동안 우리는 북녘 동포의 굶주림과 고통을 모른 체했다. 같은 동포가 굶주려 쓰러져 간 뒤의 통일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일갈하며 운동을 펼쳤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교구 내에 한삶위원회를 꾸렸고 옥수수 개발기금 지원, 씨감자 보내기, 북강원도 어린이 결핵 예방 및 치료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장익 주교는 이처럼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많은 사업을 펼치고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강원일보사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제정한 '제1회 DMZ평화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장주 교의 실천하는 삶은 2007년 사목교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로마 12:9).” 그러니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

그는 2009년 제4회 일송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제대로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주교는 퇴임을 앞두고 강원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금수강산이라는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곳이 강원도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각별한 은혜를 베푸신 주님을 항상 찬미할 것”이라고 말하며 강원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 주교는 춘천교구장 재임기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2010년 춘천교구장에서 물러난 뒤 춘천 실레마을 공소에서 지내 왔다. 장례미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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