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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영화]남성 중심의 음악 업계에서 여성의 자유·평등을 노래하다

문화가 있는 주말

◇영화 '아이 엠 우먼'. ◇영화 '#아이엠히어'. ◇영화 사라센의 칼.(사진위쪽부터)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극장 관객 수는 연일 최저를 기록하고 한국 영화의 개봉도 더뎠다. 이런 와중에 현직 한국 경찰 공무원이 제작한 영화와 함께 한국계 호주 감독의 영화, 프랑스 영화이지만 한국을 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가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이 엠 우먼 세계 3대 여성 가수 꼽히는 '헬렌 레디' 자전적인 이야기

#아이엠히어 프랑스 국민배우 알랭 샤바·배두나 호흡 맞춘 코미디

사라센의 칼 현직 경찰 임재영 감독 가난한 여성·외노자 아픔 그려

아이 엠 우먼

한국계 호주 감독 문은주의 첫 장편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는 올리비아 뉴튼 존, 앤 머레이와 함께 세계 3대 여성 가수로 꼽히는 헬렌 레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호주 출신 헬렌은 미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해 1970년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와 그래미상 수상을 기록했다. 1970년대 페미니스트 운동의 찬가가 된 히트곡 '아이 엠 우먼(I Am Woman)'으로 유명한 그는 여성 인권 운동에 큰 영감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틸다 코브햄 허비가 '헬렌' 역을 맡아 작은 클럽에서 노래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던 헬렌이 로큰롤 백과사전을 쓰고 싶어 하는 저널리스트 '릴리언'(다니엘 맥도널드)과 친구가 돼 우정, 음악적 영감을 나누는 이야기 등을 전한다. 이외에도 헬렌의 삶, 사랑, 무대를 담아내며 남성 중심의 음악 업계에서 그가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기까지 겪었던 차별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문 감독은 “한국은 제가 태어난 고국이기 때문에 한국 개봉은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다”며 “헬렌 레디가 어떻게 정상에 올랐는지, 그곳에서 어디로 걸어갔는지 그녀의 놀라운 인생을 알리고 싶었다. 그녀의 노래가 여성들을 보다 대담하고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촬영은 감독의 남편이자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자인 디온 비브 촬영감독이 맡았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에 초청되며 호평받았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아이엠히어

프랑스 국민 배우 알랭 샤바와 배두나가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모은 코미디 영화다. 프랑스 남부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스테판'(알랭 샤바)은 다 큰 두 아들과 전 부인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SNS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 친구 '수'(배두나)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일상에 활력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벚꽃을 보면 좋겠다'는 수의 말에 그는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나자던 수는 나타나지 않고 스테판은 SNS에 게시물과 함께 그녀를 해시태그하며 기약 없는 공항살이를 시작한다. 공항 구석구석을 누비며 넉살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드는 그는 금세 유명 인사가 되고 SNS에 공항 살이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여기있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남긴다. 결국 수의 회사로 찾아가 수를 만나지만 눈치가 없다는 타박을 듣고 마는데. 영화에는 활기 넘치는 인천국제공항부터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청계천, 신구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광화문까지 서울의 볼거리도 다양하게 펼쳐진다. 에릭 라티고 감독은 한국을 주요 촬영지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이 풍부한 문화 예술로써 떠오르는 역동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다양한 외국 영화 속에서 한국이 짧게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 프랑스 영화는 전체 분량의 70%가 한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된 점이 눈길을 끄는 요소다.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라센의 칼

현직 경찰로 일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이룬 임재영 감독의 작품이다. 소도시의 유리 공장을 배경으로 가난한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차별과 아픔을 차갑지만 희망적으로 그렸다. 등장하는 인물은 깊은 상처로 세상을 피해 숨어 버린 '윤아'(신지수)와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이주노동자 '알란'(검비르). 도망치듯 떠나온 윤아는 유리 공장에서 알란과 '은지'(성화연)와 함께 생활하며 이들과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알란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사라센의 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알란 역을 맡은 검비르는 2002년 네팔에서 유학생활을 위해 한국에 와 서울시 이주민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임 감독은 현직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한 결과, 많은 사건과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편견'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자신이 겪지는 않았지만, 직접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더한 현실을 많이 들었다. 그는 “여성, 외국인 이주노동자, 종교에 대한 타인의 편견 등이 우리들의 삶까지 파괴시키고 있고 이 같은 편견들을 뚫고 세상을 향해 나가자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8년 서울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2019년 호주 칼라테이프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83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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