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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평창동계올림픽 특집-영광의 순간 평창의 감동]최선을 다한 젊음 아름다운 땀·눈물

함께 달린 세계인…손님에서 벗(友)으로

◇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은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략)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을 때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의 시 '벗 하나 있었으면')

92개국 2,925명.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정상급 선수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앞마당에서 펼쳐진 세계적인 스포츠 제전에 예(禮)를 갖춰 손님으로 맞이했다. 평창의 달항아리(성화대)를 환하게 비추며 일렁이는 성화의 불길 아래에서 '우리'는, 또 '그들'은 공정하게 경쟁하고 깨끗하게 승복할 것을 서약했다. 이내 펼쳐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 약속을 기어이 지켜내며 환희와 눈물의 드라마를 선물로 전했다. 서로를 얼싸안고 소리를 지르는 기쁨의 순간이 있었고, 축하와 격려의 박수가 있었으며, 어깨를 토닥이는 위로의 한마디 말이 있었다.

일본의 고다이라가 곧 경기에 나설 이상화 선수를 생각해 관중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보인 매너의 손짓, 자신은 4위로 들어오고도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을 진심으로 축하한 쇼트트랙 김아랑의 환한 미소, 그리고 비록 28실점에 2득점(5전 전패)의 기록에도 남북단일팀이 보여준 눈물의 포옹 장면은 선수들이 보여준 어떤 결렬한 몸짓보다도 감동적이었다.

이미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중요하지 않았고, 왜 왔는지 궁금하지 않았고, 어떤 말을 쓰는지 두렵지 않았다. 다른 생김새가 소통과 공유의 걸림돌이 되지도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리고 '그들'은 주인과 손님 사이가 아닌 '친구'가 돼 있었다. 축제의 장에 함께 모인 그냥 친구. 벗(友)들이 있어 즐거운 잔칫날은 그렇게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취재단=오석기기자 특집화보 사진=오윤석·권태명·박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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