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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의병장 민긍호의 후손' 자부심 각별 차 백미러 훔치던 괴한에 찔려 숨져

'카자흐스탄 피겨 영웅' 데니스 텐 사망

원주 외고조부 묘소서 주워온 돌

부적처럼 지니며 자신의 뿌리 찾아

김연아 “너무 충격” 전세계 애도 물결

카자흐스탄 피겨 스케이팅의 영웅이자 구한말 도내에서 활동한 의병장의 후손인 데니스 텐(25·사진)이 피습으로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매체에 따르면 데니스 텐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알마티에서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던 괴한 2명과 난투극을 벌이다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한국계 카자흐스탄인인 텐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 선생의 외고손자로 유명하다. 그의 할머니가 민 선생의 외손녀다. 민긍호 선생은 1907년 300명의 의병을 이끌고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원주 봉산동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고려인' 텐은 항상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선수 이력에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표기했다. 텐은 2010년 외고조부 묘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주워온 돌을 행운의 부적처럼 갖고 다녔는데,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딸 때마다 해당 돌의 의미를 강조하곤 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올해까지 4년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텐은 평창 대회를 앞두고 오른발 인대를 다쳤음에도 통증을 참고 출전을 강행했다. 부상으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경기 후 평창올림픽 참가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피겨여왕 김연아(28)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라며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ISU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데니스 텐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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